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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바루기] 쭉지→ 죽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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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잘 던지던 투수가 별 이유 없이 제구력 난조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을 우려한다. 스티브 블래스는 메이저리그의 주전 투수였지만 승부에 대한 압박감으로 폭투와 볼넷을 남발하다 추락하고 만다. 이 일로 야구계에선 제구력 완성의 첫째 조건은 팔꿈치.어깻죽지 등의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지만 심리적 요인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팔과 어깨는 투수가 소중히 다뤄야 할 부위다. 이러한 '팔과 어깨가 이어진 관절의 부분'인 '죽지'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표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역전 홈런을 맞고 강판된 선발투수가 어깨쭉지를 축 늘어뜨린 채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새의 튼튼한 날개쭉지는 비행기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모두 잘못 표기한 것이다.

'죽지'가 '어깨'와 '날개' 뒤에서 된소리로 발음되다 보니 소리 나는 대로 적는 경향이 있으나 사이시옷을 넣어 어깨에 팔이 붙은 부분은 '어깻죽지', 날개가 몸에 붙어 있는 부분은 '날갯죽지'라고 써야 맞다. 어깻죽지에서 팔꿈치 사이의 부분을 일컫는 '팔죽지'도 '팔쭉지'라고 해서는 안 된다.

"진통제로 버티던 타이거 우즈는 경기 중 캐디에게 어깻쭉지 뒤쪽을 몇 번이나 문지르게 했다" "날갯쭉지를 펴면 무려 2m에 달하는 바닷새 앨버트로스는 골프에선 기준 타수인 파보다 3타수 적은 것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역시 맞춤법에 어긋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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