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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육사/도서관서 늦도록 향학열/오후 10시 강제취침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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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군사과목 비중 줄이고 전공중심 개편 박차
태릉 육군사관학교가 생도들의 면학열기로 가득하다. 강의실은 물론 각종 자료실이나 컴퓨터실에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생도들로 가위 면학의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학과수업이 끝난 오후 3시 이후면 주로 중대단위 체육활동에만 매달리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오후 10시 취침나팔과 함께 무조건 잠자리에 들어야 했던 오랜 전통을 깨고 도서관 열람실이나 컴퓨터실에 앉아 밤늦도록 자기 전공분야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은 예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육사시절 수학점수가 모자라 훈육관 몰래 취침시간에 담요로 창문을 가리고 밤늦게까지 시험준비를 하느라 애를 태웠다는 일화도 이제는 옛날 이야기가 돼버렸다.
「군의 간부양성」이라는 목적에 따라 전공학점 보다는 전략전술론이나 전사 등 군사학에 높은 비중을 둬왔던 학점제를 전공중심제로 바꾸고 30학점이던 전공과목을 60학점으로 배로 늘리며 교양·체육학점 등은 대폭 줄여나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폭넓은 공감대가 확산돼가고 있다.
육사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과정 개편안중에는 문과의 경우 이과 필수과목을,이과는 문과 필수과목을 각각 줄이거나 없앰으로써 전공과목에 대한 비중을 크게 높여 나간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어 벌써부터 생도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교수부의 한 관계자는 말했다.
「우리도 변해야 산다」는 육사인들의 비장한 각오가 화랑대 곳곳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입시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자리수 경쟁률(4.3대 1)을 기록한바 있는 육군사관학교에 새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지난 연말 장성중장(육사 18기·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교장에 새로 취임하면서부터였다.
사회전반에 팽배해 있는 대군 불신풍조와 이로 인한 육사지원율의 급격한 하락에 위기의식을 느낀 장 교장은 지금까지의 모든 관행이나 교칙·교육과정 등 육사의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라고 교수부에 지시했다.
사회 모든분야가 국제화·전문화 추세를 향해 숨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마당에 유독 「육군의 요람」이라는 육사만이 낡은 전통에 안주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급기야 변신의 몸부림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육사는 현재 추진중인 이같은 개혁안을 조만간 확정,내년부터 정식 교육과정에 반영할 방침이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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