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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화제>9개종목 꿈나무 발굴-한국체육과학硏에서 선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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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구닥다리 자전거 한 대만 있었다면 마라톤 영웅 黃永祚(24)의 탄생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는 또래들이 부러워「자전거나 실컷 타보자」고 사이클선수가 됐다가 고교 2학년때 가서야 마라톤선수로 방향을 틀었다.제2의 황영조 李鳳柱(24)도 동전 몇 닢만 있었다면 자신이 마라톤에 소질이 있다는 사실 조차 눈치채지 못할 뻔했다.버스비가 없어 30여리 떨어진 중학교를 냅다 뛰어다닌 게 이봉주 마라톤의 시작이었다.
스타의 휴먼 스토리 양념감으로 딱 알맞은 사연들이다.그러나 스포츠 선진국을 자처하는 한국으로선 꼭 자랑만은 아니다.선수의발굴과 조련이 그만큼 후진적이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뜻밖의 스타탄생」을 기다리는 것에서 벗어나 운동에 소질있는 꿈나무를 조기에 발굴,체계적 훈련을 쌓게 하자는 취지에서 한국체육과학연구원(원장 安橫均)이 꿈나무 선발대회를 펼치고있다. 22일 서울을 시작으로 5월5일까지 전국 각지를 돌며 계속될 이번 대회는 1차 심사를 거친 초.중.고생 5백64명을대상으로 정밀심사를 실시,육상.체조.수영.양궁.배드민턴.탁구.
사격.빙상.스키등 9개종목에 걸쳐 모두 2백82명의 꿈나무들을가려내게 된다.
당장의 기량보다 잠재력에 중점이 주어지기 때문에 검사방법도 다양하다.달리기.윗몸 일으키기등 재래식 체력검사에다 종목 특성에 맞는 체격검사와 잠재력 측정이 추가된다.
예컨대 수영의 경우 히프검사가 있다.튀어나온 히프보다 부력을잘 받는 펑퍼짐한 히프를 가져야 후한 점수를 받게 된다.같은 수영종목이라도 다이빙선수는 상대적으로 겁이 없어야 되기 때문에심리학자들이 만든 설문조사를 통해「겁쟁이」를 솎아낸다.또 사격.양궁은 두눈이 모두 좋아야 하는 게 아니라 조준할 때 쓰는 눈이 탁월하다면 다른 눈은 거의 장님에 가깝더라도 문제삼지 않는등 불필요한 검사로 꿈나무를 놓치는 과거의 무더기 검사방법을지양한다.
이번 대회에서 선발된 꿈나무들은 여름.겨울방학때 20일씩 태릉선수촌등에서 종목별로 훈련을 받게 된다.
총괄 책임을 맡은 金奇珍우수선수발굴실장은『한국스포츠가 선수 발굴.육성과정의 체계적 시스템이 없어 국민학교 최고기록 보유자가 중.고등학교때엔 대부분 3류선수로 전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며『어쩌다 나타난 스타에게 의존하는 후진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체계적 꿈나무 발굴과 훈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鄭泰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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