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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체제 넘어 2008 신 발전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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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선 D-100' 기자회견에선 대선에 임하는 그의 시각과 전략이 그대로 드러났다. 기자회견을 관통하는 이 후보의 화두는 '변화'였다. 그의 기자회견문엔 변화란 단어가 무려 18번이나 등장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의 키워드는 변화"라고 말했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변화란 화두를 놓친 건 한나라당엔 악몽이었다. 여당으로 치른 1997년엔 '정권교체=변화'라는 시대적 대세에 무릎을 꿇었다. 야당으로 치른 2002년 대선에서도 한나라당은 변화의 이미지를 노무현 후보에게 선점 당해 패배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을 이 후보가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그는 "1987년의 체제를 넘어 선진국 진입을 위한 2008년 신(新) 발전체제를 열겠다"며 자신이 추구하는 변화의 모습을 구체화했다.

-민주화 시대와 단절하자는 것이냐.

"세대의 단절은 없다. 60년대 산업화 시대와 87년 이후 민주화 시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발전의 시대를 열자는 거다. 지난 10년은 성공하지 못한 시대다. 다시 고도성장시대를 열고 그 성과를 골고루 나누자는 게 신 발전체제의 요체다."

이명박 후보가 9일 기자회견에 앞서 강재섭 대표(左)와 김학송 홍보본부장(右) 등이 입고 있는 유니폼을 살펴보고 있다. 이 유니폼은 대통령 선거용으로 새로 제작됐다. [사진=오종택 기자]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은 선진국 진입이란 새로운 변화의 중심에 자신을 세운 것이다. 이 후보는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실사구시를 앞세우는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범여권 후보들을 향해 뼈 있는 한마디를 했다.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다섯 명 중 누구를 주목하고 있나.

"꼭 듣고 싶습니까. 난 모두를 주목하고 있다. 한 사람(손학규 후보)만 빼곤 모두 노무현 정권을 함께 창출했고, 함께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다. 지난 5년의 결과를 결코 피할 수 없다."

범여권 후보 대부분을 청산 대상인 '무능하고 과거지향적인 이념세력'으로 묶어 '미래지향적 실용세력'인 자신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충청과 호남이 힘을 합쳐 영남을 포위했던 지난 두 차례의 대선구도를 깨겠다는 의지도 이 후보는 분명히 했다.

그는 "호남과 젊은 세대들이 내게 큰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며 "정치권이 만들어낸 지역주의가 국민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전 대표와 화합하기 위한 구체적 합의가 있었나.

"박 전 대표와의 화합의 문제를 말할 때는 아니다. 동지들끼리 경선을 위해 잠시 떨어져 있다 만난 것뿐이다. 경선 이전 체제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기에 조건을 달 필요는 없다."

-청와대로부터 고소당했다.

"한국 정치가 아직 3류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설마 했는데 현실이 됐다. 대통령 후보도 법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검찰이 조사한다면 응하겠다. 그러나 당과 협의를 해서 처신하겠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견해는.

"떠나는 대통령이 차기 정권과 국민에게 큰 부담을 주는 합의를 해선 안 된다. 중요한 합의를 하려면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하기에 앞서 우리 국민을 먼저 설득해야 한다."

이명박 후보 회견 요지

"지난 10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정권은 내부의 싸움에 몰두해 국격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 생각하는 키워드는 역시 변화다. 1987년 체제를 넘어 선진국 진입을 위한 2008년 신발전체제를 열겠다. 성장의 과실이 서민에게 돌아가는 체제, 이것이 2008년 체제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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