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인준」 맞붙은 여야/겉도는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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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행처리 여론탐색에 열중/민자/이 대표 귀국으로 더욱 강경/민주
이회창 전 총리의 사퇴로 빚어진 정국혼란이 25일 국회 본회의의 상무대 국정조사계획서 의결과 이영덕 총리내정자의 인준을 둘러싸고 여야의 강경방침이 부닥쳐 더욱 경색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민자당은 이날 오전 고위당직자 회의와 확대당직자 회의를,오후엔 의원총회를 여는 등 하루종일 총리임명동의안 및 상무대 조사계획서 처리대책을 놓고 묘안찾기에 진땀을 빼는 모습.
잇따른 회의에서 겉으로는 두 안건 모두 이날 처리한다는 기본입장과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민주당쪽 기류를 수시로 탐지하며 강행처리에 따른 여론의 반응을 짚어보는 등 다각적인 방안을 놓고 숙의를 거듭.
민자당 내부에는 『어차피 기다려봐야 민주당이 모양새를 갖춰줄리 만무하다』며 총리인준을 단독으로라도 강행하자는 강경론과 『안되더라도 하루 이틀 야당을 달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유화론이 엇갈려 내부 의견조정에도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회의에서 이한동총무는 원내보고를 통해 『이 대표가 귀국하자마자 총리인준 문제에 관해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어 오늘 오후 회의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매우 우려되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해 야당과의 협상이 곤경에 처해있음을 토로했다.
그러나 상무대 조사계획서와 관련,서류검증과 현장검증 등 조사방법에 관해 여야간의 이견이 타결될 수 있어 수표추적이라는 카드와 증인축소라는 타협점이 여야간에 이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
오히려 이 문제보다는 총리인준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못마땅해하는 분위기속에 협상전권을 이 총무에게 위임했다.
○…이 대표의 귀국으로 「회오리 정국」의 중심점을 형성한 민주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고 대여 전의를 불태우는 등 긴장감이 고조.
이 대표 주재로 1시간 이상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상무대 국정조사와 이 전 총리의 사퇴를 공세의 기본축으로 하여 김영삼대통령을 「직공」하는 등 공세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특히 이 전 총리를 사퇴시킨 것이 김 대통령의 「헌법유린」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격앙된 분위기로,조기귀국한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발언은 강경일변도.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바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는 국회로 향한 이 대표는 『상무대 국정조사의 민주당 요구는 한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고 귀국 일성.
이 대표는 이어 『이 전 총리의 사퇴는 헌법에 나와있는 총리의 권한과 위상을 지키지 않은 헌법유린』이라고 규정하며,별도 임시국회를 소집해 이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일갈.
김태식총무도 당무보고에서 『민자당이 이번 본회의에서 이 총리내정자 인준을 강행처리한다면 앞으로 원구성 등의 제반문제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
최고위원들도 『청와대가 사과하게 해야 한다』(김원기),『국정운영한다면서 3분만에 후임자를 결정하다니 김 대통령의 감정적인 대처방식이 큰 문제』(조세형),『김 대통령이 통일·안보조정회의에서 이 전 총리를 빼자고 한게 발단』(권노갑),『독선적인 김 대통령의 행위도 규탄해야 한다』(한광옥)는 등 김 대통령을 비난하는 발언이 속출.
이어 열린 의총에서도 감정이 격해진 의원들의 강성발언이 난무하면서 『김 대통령의 잘잘못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는 얘기들이 그치지 않고 나오는 등 지도부의 강경방침을 재확인.<박병규·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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