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연료봉 교체 북한판 판도라상자-IAEA사찰단 立會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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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北韓 핵문제가 연료봉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金日成주석 생일 행사등으로 침묵을 지키던 平壤이 지난20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寧邊의 5메가W 원자로 연료봉 교체에 입회해 달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외무부 관리들은 이같은 연료봉 입회 제안에 대해「北韓版 판도라 박스」라고 표현하고 있다.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을 원낙 교묘하게 배합한 탓에 우리로서는 선뜻 거부할 수만은 없다는 뜻이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보면 전문가들은 연료봉 교체 입회만제대로해도 베일에 싸인 北韓의 핵개발 내용의 80~90%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대우고등기술연구소의 吳世基박사는『北韓의원자로안에는 약 1만개의 연료봉이 있는데 IA EA가 임의로 연료봉을 선택, 감마 스캐닝을 철저히 할 경우 北韓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플루토늄을 추출했는지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北韓의 연료봉 카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정부 당국자들은 연료봉 입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수준과 내용의 입회냐 하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입회가 사전적인 뜻에따라 육안으로 연료봉 교체를 보는 것이라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즉 샘플 채취와 계측,그리고 분석등이 보장안된 연료봉 입회는안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다.
前안기부 특보인 李東馥씨는『北韓이 어차피 핵연료를 교체할 때가 됐으니까 급한 불 끄는 차원에서 해보는 제안일 수 있다』며『우리가 그동안 北韓에 어디 한두번 속아봤느냐』고 반문했다.
北韓의 연료봉 입회 카드는 이밖에도 또다른 의문점을 제기하고있다. 당초 IAEA가 추가 사찰의 내용으로 제시한 것은▲글로브박스(소규모 원격 플루토늄 분리시설)내 샘플 채취▲재처리시설내 감마선 지도작성▲재처리시설 변경여부▲건설중인 제2 재처리시설 내용등이었다.
그런데 北韓측은 IAEA의 이같은 요구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않은채 엉뚱하게 연료봉 입회 카드를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北韓의 이같은 제의가 협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즉 연료봉 입회같은 모호한 카드를 던져 문제의 초점을 흐려놓고 그사이에 잇따라 새로운 제안을 함으로써 핀치에 몰린 현상황을 타개해보자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향후 北韓 핵문제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도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크게 나눠져 있다.
낙관론을 견지하는 민족통일연구원의 全星勳박사는『다소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核문제가 대체로 北韓.IAEA 접촉→사찰단 入北→美-北실무접촉→3단계 美-北 고위급 회담 방향으로 풀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李前안기부 특보는『美국무부가 아직까지는 희망을 걸고 있어 그렇지 냉정하게 살펴보면 美國과 北韓 사이에는 기본적으로 주고받을 카드의 성격이 틀리다』며 北韓에 힘을 가하지 않고는 사태가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점을 종합해 결국 IAEA는 물론 韓美양국은 일단 연료봉 입회라는 北韓이 던질 판도라 박스를 열어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연료봉 교체입회로 핵문제가 완전한 해결의 가닥을 잡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IAEA가 이번 방북팀을 교체입회팀과 사찰팀으로 나누어 보내기로 한것은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IAEA는 연료교체입회를 계기로 사찰을 하거나 사찰에 준하는사찰을 할수 있기를 기대한다.
北韓에 들어간 입회팀이건 사찰팀이건 유엔이 요구하는 추가사찰수준을 충족시킬지는 전적으로 北韓이 그들의 활동을 얼마나 보장하느냐에 달려있다.
이같은 보장에 의한 실질적인 사찰이 가능하고 이를 토대로 IAEA가 핵안전보장의 연속성에 만족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5월초까지 유엔 安保理에 제출할 수 있을 때 北美 3단계회담등을 통해 미신고시설등에 대한 사찰이 이루어진다.
이런 것들이 동시 혹은 시차를 두고 이루어 질때 美國의 對北관계개선등 北韓이 국제사회로 나와 고립을 벗어나는 길이 열리게된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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