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법조계가 보는 간통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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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가 여성의 인권과 삶을 실질적으로 보호한다고 보지 않는다. 다른 합리적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김은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부장)

“이제 여성은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가 아니라 자기 결정권을 가진 주체다.”(이은희 여성민우회 대표)

간통죄에 대한 여성 운동 단체들의 입장이 ‘폐지 찬성’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2001년 10월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 합헌 결정이 나왔을 때 여성단체연합 등이 ‘폐지 반대’ 입장에 섰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호주제 폐지를 계기로 가족 시스템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데다 취업 증가에 따라 여성의 경제 기반이 빠르게 확충되고 있기 때문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도 “개인 간의 애정 문제에 국가가 개입해서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현장을 포착하고 정액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 소지도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여성단체는 폐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상담 일선에 있는 단체들은
‘존속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여성의 전화’ 관계자는 “고소까지 가는 남녀 비율이 일대일 정도 된다고 해도 실제 외도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간통죄를 형식적으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도 간통죄 폐지론이 우세하다. 지난해 6월 임명된 대법관 5명 중 안대희 대법관 등 4명은 인사청문회에서 “간통죄 폐지를 검토할 때”라는 의견을 냈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도 지난 1월 청문회에서 “개인적으로는 시대가 변하고 국민적 합의가 되면 처벌 문제는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 조국(법학) 교수는 “간통죄는 대중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가정 보호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혼소송을 낸 뒤에만 간통죄 고소를 할 수 있습니다. 가정을 회복시키는 제도가 아닌 것이지요. 간통죄를 폐지하면 불륜이 늘 것이란 우려도 근거가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어떻게 형법으로 사랑을 강제할 수 있습니까?”

반면 고려대 김일수 교수처럼 “간통죄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버팀목”이란 점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혼인의 순결과 가정의 건전성은 헌법이 기본적 제도로 보장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가 가족 제도를 유지하는 한 존속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시대적 가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김삼화 변호사는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남성보다 낮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여성 보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도 “민법상 부부간 성적 성실(정조) 의무가 있는데 간통죄를 위헌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현재 간통죄 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드물다. 유럽에서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제외하고 간통죄를 폐지했다. 미국은 24개 주에 간통죄 규정이 있으나 사문화된 상태다. 일본은 1947년 간통죄를 폐지했다. 지난 4월 우간다에서는 여성만을 처벌하는 간통죄에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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