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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꽝’ 만드는 ‘몸짱약’ 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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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재생불량성 빈혈 치료제 등으로 쓰이는 스테로이드제제가 헬스클럽에서 ‘몸짱약’으로 둔갑해 팔리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보디빌딩 선수에서 근육질의 몸을 뽐내려는 젊은 남성까지 이 약에 손을 대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강동우 성의학클리닉 원장은 “20대의 건장한 젊은이들이 남성 호르몬제제나 이 성분이 들어간 영양 보충 식품을 먹고 성욕 저하 증세나 발기 부전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약을 장기 복용하면 성기능이 떨어지고 심장병이 생긴다고 지적한다.

‘몸짱’이 되려고 먹는 약이 ‘몸꽝’을 만드는 셈이다.

스물일곱 젊은 나이에 성기능 장애로 병원을 찾은 L씨. 평소 작은 키를 고민해온 그는 근육을 키워 건장하게 보이고 싶었다. 헬스클럽에서 “근육이 쉽게 빨리 커진다”는 회원들의 권유에 따라 보따리장수에게서 여러 차례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 맞을 때는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았지만 수개월 뒤 고환이 절반 크기로 줄었다. 남성 호르몬 수치도 갱년기 수준인 3.75였다. 건강한 20대 남성은 5~7 정도가 나온다.

한 보디빌더는 2001~2005년 대회가 있을 때마다 하루에 스테로이드제 2~10알을 몇달씩 먹었다. 먹을 때마다 발기 부전 증세가 나타났지만 좋은 성적을 내려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약을 계속 먹었다. 그는 “운동을 그만두고 약을 끊었지만 아직도 성기능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그의 남성 호르몬 수치는 3.5다.

고등학생도 ‘몸짱 열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키 1m78㎝에 78㎏의 체격인 고교 2학년 남학생은 “생각만큼 근육이 잘 커지지 않아서 남성 호르몬 주사를 맞아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스테로이드제제는 부작용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필요한 사람이 아니면 절대 먹어서는 안 되는 약이다. 경희의료원 내분비내과 김영설 교수는 “단백강화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하면 동맥경화증이 생겨 심근경색ㆍ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처방이 없으면 살 수 없는데도 이 약이 시중에 유통되는 이유는 의료기관이 없는 산간 벽지(의약분업 예외 지역) 약국에서는 처방전이 없어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ㆍ인천 지역에는 이런 약국이 86군데 있다.

스테로이드제제 남용이 심각하자 당국이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3일 ‘몸짱약’으로 이용되는 대사증강호르몬ㆍ남성호르몬제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이 약은 흔히 단백강화 스테로이드로 통하는데 옥산드로론ㆍ메스테로론 등 10개 성분이 함유된 알약ㆍ주사약 20종이 있다. 오남용 우려 약품은 의약분업 예외 지역 약국에서도 의사 처방 없이는 살 수 없다.

구희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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