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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통신주 응찰가 의혹/외환은 공식력 “상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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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의”라 했지만 응찰액 번복 발표/대행기관에 「자격」준 것부터 문제
외환은행의 「응찰가 조작의혹」은 법적 절차만 따지면 문제가 없지만 투자수익에 집착,입찰에 들어갔던 은행이 뒤늦게 공신력을 생각해 애초의 응찰가를 더 낮게 발표하는 「선의의 거짓말」 과정에서 벌어진 의심과 해명의 과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은행이 자초한 성격이 다분한 이번 의혹은 그러나 공신력이 있어야 할 금융기관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혔다.
이번 주식매각의 입찰업무 대행기관이면서 스스로도 입찰에 참여한 것부터 논란의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21일 낙찰가격선 발표후 은행측의 해명 또한 왔다갔다해 의혹을 키워온 것이다.
물론 외환은행이 입찰에 참여한 것은 재무부 유엔 해석대로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주식·채권 등 투자를 통해 돈을 불리는 기관투자가로서 다른 기관투자가나 마찬가지로 이번 주식매각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는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 지점에서 일반인 등으로부터 입찰서를 받는 과정에서 입찰금액 동향을 알 수 있는 위치여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게다가 21일 오후 낙찰선이 주당 3만4천7백원이라고 발표하면서 자신들은 3만4천6백원에 응찰,이번 입찰에서 떨어졌다고 밝혔다가 22일 오전 최종발표 때는 이를 다시 번복했다.
은행측 최종발표는 사실은 3만4천8백원에 응찰했으나 이 금액이 커트라인이 되면서 이 금액을 쓴 개인 2백41명이 타락하게 돼 이들이 문제를 제기할 것을 우려,사실은 당첨되었었지만 「자진사퇴」했다는 것이다.
은행측은 이에 따라 2백40명이 모두 당첨된 것은 물론 자신들의 포기로 커트라인이 1백원 더 내려가 그 아래 금액인 3만4천7백원을 쓴 응찰까지도 「구제」됐다는 것이다. 허준행장은 따라서 자신들은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은행측의 최종 해명은 수긍되는 대목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응찰금액을 번복 발표했다는데서 비난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전산조작 의혹에 대해 은행측은 은행의 전산자료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외환은행의 응찰가격이 3만4천8백원으로 되어있으며 조작은 실무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외환은행의 응찰가격을 밝히라는 여론의 요구로 「편의상」 발표상으로만 응찰가격을 낮췄을 뿐 불법조작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무부가 21일 밤 인수한 은행의 전산자료에는 응찰가가 3만4천6백원으로 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가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은 비록 「선의」였다고 하나 당첨선을 안뒤 당첨자를 변경시키는 조치를 한 문제도 안게 됐다.
결국 입찰대행 은행이면서 입찰에 참여한 결정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지기 시작,시종 문제가 뒤틀리는 과정이 거듭된 것이다.<김일기자>
◎“정보 사전유출 사실 아니다”/“17만건이나 돼 파악은 불가능/낙찰포기결정 직접 지시한 것”
허준 외환은행은 22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외환은행의 입장을 밝혔다.
­경위를 설명해달라.
▲대행자 입장에서 정보를 사전에 파악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입찰건수가 17만건에 이르는데 이를 파악해 최저가로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초부터 3만4천8백원에 넣었다.
19일 오후 4시에 응찰했고 어제 오전 11시 낙찰 최저가액이 3만4천8백원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 때는 90만주중 41만7천주만 낙찰된 상태고 나머지는 우리도 떨어졌었다. 공교롭게도 우리의 응찰가가 낙찰가에 걸렸기 때문이고 따라서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개인 2백41명이 우리와 같은 가격선에 걸려있었고 따라서 물량이 적은 관계로 개인이 다 떨어지게 되어 있어 사실대로 발표하면 논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벌어진 일인데 외환은행이 빠지기도 쉽지 않아 『가격미달로 떨어지게 처리하라』고 내가 직접 지시했다. 당초 응찰가격은 아예 묻어두려 했으나 자꾸 의혹이 증폭돼 응찰가를 낮춰 발표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빠지면서 낙찰가가 1백원 낮아져 더 많은 사람들이 낙찰을 받게 됐다.
­외환은행의 응찰가부터에 문제가 있었다는 시각이 있는데.
▲전산수정은 한 일이 없다. 컴퓨터 보고 발표할 때 내용을 바꿨다.
­컴퓨터 입력내용을 고치지 않고 응찰가를 발표할 수 있나.
▲일부나마 낙찰되고 나머지를 떨어진 것으로 떳떳하게 발표했으면 그런 의심은 없었을 것이다.
­낙찰받고 포기하면 입찰보증금을 떼이게 되니 가격을 바꿔 발표한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그렇더라도 결과적으로 떼이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외환은행은 빠지고 다른 투자자들을 넣으라고 내가 지시했다. 은행장이 직무를 수행하는데 아무 무리없이 해야 하는데 물의를 일으킨 셈이 됐으며 책임을 지고 사임할 각오가 이미 되어 있다.
­사표를 제출한다는 뜻인가.
▲사표제출도 좋으나 절차가 있는 법이다. 대행자로서 정보를 활용해 조작했다는 보도나 최저가가 유출됐다는 보도가 있는데 감독 당국의 조사로 오해를 씻고 은행의 명예를 되찾은뒤 정식으로 절차를 밟아 사표를 내겠다는 뜻이다.<이재훈기자>
□외환은행사태 일지
▲4월17일:은행,입찰 참여결정
▲18일 오전 9시30분:전 외환은행지점에서 입찰서 접수시작
▲19일 오후 4시30분:외환은행 입찰서 제출
▲19일 오후 6시:입찰서 접수마감
▲21일 오후 2시:은행측,한은에 커트라인 등 보고
▲21일 오후 3시30분:은행측,커트라인 발표. 외환은행은 떨어 졌다고 발표
▲21일 오후 9시:재무부,조사착수
▲22일 오전 7시10분:외환은행 수뇌부 최종대책회의
▲22일 오전 10시20분:외환은행장,경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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