볘트남전서 한국군 9백여명 실종-서울대 전경수교수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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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오는 30일 베트남戰 종전 19주년을 앞두고 이 전쟁에 참전했던 한국군 9백여명이 실종됐으며 이중 일부는 당시 월맹군에게포로로 잡혀 현지에 생존해 있거나 북한에 억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돼 주목을 끌고있다.
이같은 주장은 베트남戰 당시 파병된 한국군 3만1천여명중 실종자는 단 한명도 없다는 정부당국의 공식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돼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대 全京秀교수(인류학)는 16일 오후 서울대 사회과학관에서 열린 한국사회사연구회 발표회에서 「베트남전쟁동안의 한국군 포로와 실종자」란 주제발표를 통해『각종 자료및 참전자들의 진술로 미루어 볼때 상당수의 한국군 포로.실종자가 있 었으며 이들은 모두 戰死처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全교수는 하노이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68년판『월맹군전황보고』에『3백명이 사망.부상한 빈딘省전투(4월10일)와 6백50명이 사망.부상한 다낭전투(7월26일)에서 한국군 포로를확보했다』고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全교수는 또『하노이市 베트남 군대박물관에 일단의 방탄조끼차림의 병사들이 제복을 입은 월맹군에 의해 포로가 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미군포로의 사진과 함께 전시돼 있으며「남조선군인들의얼굴」이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고 말하고 이를 공개했다.
全교수는『베트남전쟁과 같이 치열한 전쟁에서 단 한건의 포로.
실종자가 없다는 통계는 믿을 수 없다』며『국방부가 집계한 전사자수 4천9백60명과 학계에서 공인된 4천여명과의 차에 해당하는 9백여명이 실종됐으며 이들이 모두 전사자로 처 리됐을 가능성이 짙다』고 주장했다.
한편 HID요원으로 참전했던 Y씨(48)는 이날 토론에서『72년 베트남에서 월맹측 첩보원들과 협상을 벌여 돈과 쌀등 현물을 지급하고 12명의 한국군 포로를 인도받은 사실이 있다』고 증언해 全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全교수는『우리정부가 수교과정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은 외교상의 큰 실책이며 지금이라도 정부차원에서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대해 국방부 관계자는『그동안 같은 종류의 주장이 몇차례 제기됐지만 확실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면서『공식적으로 포로.실종은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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