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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재 의혹'핵심 고리 김상진씨 곧 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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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산 지역 건설업자 김상진(42.사진)씨가 긴급체포됨에 따라 검찰 수사에 가속도가 붙었다. 김씨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조성한 비자금 규모도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김씨에게 부산은행 대출금 27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와 이위준 부산 연제구청장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검찰이 신병을 확보한 김씨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경우 사기와 횡령으로 조성한 비자금의 규모와 그 사용처가 더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추가 비자금 포착= 김씨는 7월 440여억원을 사기.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김씨는 부산 연산동 재개발 사업과 관련,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대출금 62억원을 가로챘다. 또 재향군인회로부터 225억원, 포스코건설로부터 157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그가 대출금을 빼돌려 조성한 비자금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김씨가 연산동 개발 사업 외에 민락동 '미월드' 부지에 콘도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등 다른 사업에서도 거액을 빼돌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민락동 사업과 관련, 금융기관으로부터 27억5000만원을 추가로 가로챈 혐의를 포착, 그를 체포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사기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이 680억원, 우리은행.국민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이 2650억원(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되기 때문이다. 김씨와 함께 일했던 A씨는 "김씨가 주무른 비자금 규모는 1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씨를 구속해 그가 연산동.민락동 개발 사업에서 챙긴 불법 자금을 모두 찾아낸다는 방침이다.

김상진씨가 사는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H아파트 106동 건물. 왼편 아파트 담 너머로 부산지방검찰청 청사가 보인다. [부산=송봉근 기자]

◆정.관계 로비 정조준= 검찰은 김씨가 정.관.금융계에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1억원의 뇌물을 건넸다. 정 전 국세청장은 지난달 구속됐다. 검찰은 최근 김씨가 이위준 연제구청장에게도 로비를 한 정황을 잡았다. 검찰은 김씨가 연산동 아파트 개발 사업의 용적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달 정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기소할 시점에 구청장에 대한 로비 혐의를 포착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에게 2003년 정치 후원금 2000만원을 건넨 사실도 파악했다. 검찰은 이 돈에 대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밝혔지만 또 다른 사업과 관련한 대가성 있는 돈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불법 대출.세무조사.인허가 등 사업에 필요한 사안이 생길 때마다 해당 기관을 로비 대상으로 삼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김승현 기자<shyun@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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