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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PING] 한가위 선물 … MD에게 물어봤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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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명절을 맞아 은근한 고민거리가 바로 선물 고르기다. 추석은 설과 함께 민족의 양대 명절이지만, 수확의 계절에 속해있어 선물거리도 훨씬 다양하다. 각 유통업체에서 활약하고 있는 ‘물건 고르기’의 전문가인 MD(상품기획담당자)들로부터 올해 선물의 경향과 특징, 추천품목 등을 들어봤다.

육류 … 200g씩 부위별로 묶은 쇠고기 세트 인기

지난해보다 정육 선물은 저렴한 값에 마련할 수 있다. 한우 갈비세트는 10% 정도, 냉장육은 5~10% 정도 값을 내리고, 호주산 갈비세트도 지난해보다 5% 안팎으로 싸졌다. 미국산 쇠고기 개방 여파로 올 상반기 내내 쇠고기 값이 저공비행한 덕이다.

 적게 먹어도 최고급 고기를 먹겠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그래서 해마다 냉장육 선물 비중이 커진다. 올해 대형마트의 선물 세트에서 냉장육 비중은 60% 정도다.

 일부 대형마트가 미국산 쇠고기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2.4㎏이 10만원도 되지 않지만, 선물용으로는 다소 위험할 수 있다. 뼛조각 파동에 관한 기억이 남아 있어 찜찜해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한우 브랜드의 인기가 여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소비자들이 쇠고기 원산지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양이 적더라도 채끝살·등심 같은 고급 부위나 좀 더 높은 등급의 고기를 고르는 눈 높은 소비자가 많다. 유통업계마다 특별히 사육된 브랜드 한우로 프리미엄 세트를 구성해 놓는다. 1㎏에 10만원을 호가한다. 등심·안심 요리에 곁들이는 레드 와인을 동봉하면 선물의 품격이 올라간다.

 돈을 좀 들이는 만큼 푸짐해 보이는 선물은 역시 갈비다. 한우갈비 세트는 3㎏에 10만원대 후반, 호주산은 절반 정도의 값이다. 선물 포장에 갈비용 양념을 끼워넣는 것도 센스다.

 

너무 큰 돈 쓰지 않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따뜻한 선물을 해드리고 싶다면 한우 꼬리나 한우 사골 세트를 추천한다. 추석이 지나면 날씨가 쌀쌀해지기 때문에 보신용 먹거리를 얼려 놓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한우 꼬리나 사골은 4㎏에 10만원대 초·중반이다.

 맞벌이 가정과 싱글족이 늘면서 정육 세트의 포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200g씩 포장해 놓은 쇠고기를 부위별로 골라 담아주는 ‘주문 제작 선물세트’의 인기가 점점 높아진다. 이 부위, 저 부위 골라 담았을 때 2㎏이 8만~10만원 선이다.

이흥식 MD GS리테일 축산팀

과일 … 사과·배보다 메론·키위가 당도 높아

당초 대풍을 예상했던 과일 농사에 먹구름이 끼었다. 큰 비 피해가 없어 과실들이 주렁주렁 달리긴 했는데, 8월 말부터 비가 그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특히 경북 청송·충남 예산 등 사과 산지에 일조량이 턱없이 부족해 사과가 도통 빨갛게 익을 생각을 않고 있다. 추석 물량을 출하할 때가 다가와 농민·바이어 모두가 애를 태운다. 대신 수확량은 넉넉해 값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배 값은 지난해에 비해 5~10% 정도 떨어지고, 사과도 5% 안팎으로 싸질 전망이다.

 비 때문에 사과 수확 시기가 농장마다 짧게는 사나흘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미뤄질 듯하다. 이마트는 13일부터 본격적으로 조생 부사를 들여놓으려 했지만 이를 16일로 미룰 계획이다. 사과를 선물하려는 고객들은 20일을 전후해 구입에 나서야 더 잘 익은 물건을 고를 수 있겠다.

 가랑비가 계속 내리는 바람에 사과·배가 알은 굵지만 당도는 만족스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명품 선물세트’에 들어가는 배는 12브릭스(당도 단위) 정도인데 올해는 11브릭스 정도로 기준을 하향 조정할지도 모르겠다. 사과는 홍로 품종은 14브릭스, 조생 부사는 12.5브릭스 이상이면 ‘명품’으로 분류될 것 같다. 이 역시 수확물 상태를 봐서 조정할 계획이다.

 

사과·배의 당도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열대 과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 것 같다. 대형마트·백화점들은 키위·애플망고·레드머스크 메론 등을 특별 선물세트로 기획해 놓았다. 속이 주황인 레드머스크 메론은 네댓 덩어리가 3만원대. 열대 과일은 보통 당도가 15브릭스 안팎으로 높고, 물건이 흔하지 않다는 점 때문에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다. 초가을 선을 뵈는 거봉이나 황도 복숭아도 대안 선물이 될 수 있다. 세트로 나오진 않았지만 대형마트에서 파는 선물 바구니에 적절히 골라 담는 것도 재미다.

최학묵 MD 이마트 청과 담당

가공식품 … 부침개 기름으론 포도씨유가 제격

비싼 선물 대신 실속형 선물이 보편화되는 추세가 가공식품 매장에서 가장 확연히 드러날 것 같다. 1만~2만원대 저가 세트가 가장 다양하게 마련된 매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주력 제품 가격대가 5만~10만원대였지만 올해는 3만~7만원대 정도로 구성했다. 1만원대와 1만원 이하 상품 비중도 합쳐서 25% 정도에 달한다.

 눈요기를 위한 구색 상품을 뺀 것이 가격을 낮춘 요인 중 하나다. 가령 커피 선물세트 안에 있던 머그잔을 빼고 그 대신 값을 내리는 식이다. 리필만으로 구성한 실속형 선물세트의 비중도 높였다. 맥심이나 테이스터스초이스의 커피 리필 세트는 1만원대 초반부터 구입 가능하다.

 와인은 지난해 추석부터 성장세가 가장 큰 제품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정도 물량을 더 확보했다. 대형마트에서 준비한 와인은 두 병 한 세트에 3만~5만원대가 주력이다. 백화점 제품은 5만~10만원대 구성이 많다. ‘난 와인을 잘 몰라서…’라고 생각하며 와인 선물을 망설이는 이가 많다. 주요 대형마트·백화점에는 와인 관련 기본 교육을 받은 판매원들이 배치돼 있으므로 취향을 말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국순당은 와인과 경쟁하기 위해 고급 과실주 세트를 보르도 와인병에 담아 내놓았다. 오가자·복분자·오미자로 담근 과실주는 두 병 세트에 2만원대.

 

명절 부침개 요리를 위해 기본으로 준비해 가던 콩 식용유 세트는 최근 4~5년 새 올리브유·포도씨유 등 웰빙 기름에 완전히 밀렸다. 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풀 냄새가 약간 나고 발화점이 낮아 명절의 부침·튀김 요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여론이 있다. 명절용 선물로는 발화점이 높고 무색·무미·무취의 포도씨유가 낫다는 이가 많다. 콩 식용유는 1.8L 두 병이 8000원대, 포도씨유는 50ml 세 병 세트가 1만원대 중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500ml세 병은 2만원대 중반.

김종복 MD 롯데마트 가공팀

수산물 … 참굴비 10마리 묶음이 20만원대

추석 선물로 가장 인기 있는 수산물은 뭘까. 굴비를 떠올리는 이가 많지만 대형 마트에선 김이 단연 인기 최고 품목이다. 1만~2만원대의 저렴한 값이 부담 없고, 어느 집에서나 환영받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생김보다 조미김을 많이 찾고, 특히 올리브유·포도씨유·들기름에 구운 제품이 인기다. 멸치·올리브유 등 선물 세트에도 김이 곁들여져 있으면 인기가 올라갈 정도다.

 올겨울에 해수온도가 올라가면서 작황이 좋지 않아 김 원가는 조금 올랐지만, 조미김 제품 가격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전장 70장 세트가 1만원대 중후반 정도.
 굴비 가격은 올해 보합세다. 어획량은 조금 줄었지만 대부분 유통업체가 이미 지난해 물량을 확보해 놓았다. 20만원을 넘어가는 28~29㎝ 참굴비보다 크기는 작아도 7만~10만원(10마리 기준)짜리 실속 세트가 인기를 끌 전망이다. 옥돔·도미의 가격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

 멸치는 산지와 종류에 따라 품질 차이가 크다. 볶음 요리에 좋은 잔멸치가 멸치 중 가장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선물용으로 많이 나간다. 전남 여수·경남 통영 지역의 멸치 품질이 가장 좋다. 멸치 어획량은 예년에 비해 큰 변동이 없으며 가격도 안정적으로 형성된다. 잔멸치와 국물용 멸치를 섞어 1.3㎏ 정도 구성한 세트가 4만원 안팎.
 생선은 제품도 중요하지만 포장 상태도 잘 따져야 한다. 요즘은 생선을 한 마리씩 따로 진공 포장해 놓은 것이 인기다. 선물 박스에 넣어 보내기도 깔끔할 뿐만 아니라 오래 보관해 놓고 조금씩 요리해 먹기 편리하다. 길이가 1㎝만 달라져도 가격 차이가 큰 굴비는 상자에 자를 끼워넣은 아이디어 포장도 나왔다.

산 채로 파는 킹크랩은 젊은이들이 좋아하지만 보관이 불편해 선물용으로 적당하진 않다. 다만 바로 사다가 친척들이 모여 있을 때 즉석에서 쪄 먹기엔 좋다. 대형 마트에선 고객이 원하면 즉석에서 삶아서 포장해 준다. ㎏당 2만원대 중반. 10명이 먹으려면 4㎏ 정도가 적당하다. 

최진일 MD 이마트 수산물 담당

패션 … 어르신들껜 민무늬 캐시미어 스웨터

올해 추석이 9월의 끝자락으로 좀 이른 편이긴 하지만 겨울까지 고려해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점엔 변함이 없다. 아버지에겐 니트 스웨터가, 어머니에겐 화장품이나 손가방이 무난하다.

  

올가을·겨울엔 얇은 실로 무늬 없이 짠 단순 느낌의 스웨터가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캐시미어 소재가 주류지만 비교적 저렴하게 나온 제품이 많다.

기존 울 스웨터에 비해선 20~30% 비싸다. 무늬는 없어도 색상은 원색·파스텔톤·모노톤 등 유행을 딱히 꼬집기 어렵게 다양하다. 연로하신 분들일수록 분홍색처럼 밝은 색상의 상의를 좋아한다. 회색·갈색 같은 무난한 색은 나이 들어 보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국산 캐주얼 브랜드의 니트는 보통 10만~20만원대 초반이다. 갤럭시캐주얼·맨스타캐주얼 등은 니트와 바지를 세트로 묶어 30~50% 저렴하게 내놓았다. 20만원대 후반~30만원대 초반 정도다.

 재킷은 스웨터와 반대로 포멀하고 단순한 스타일에 모노톤이 선물용으로 무난하다. 50~60대 아버지에겐 캐시미어 소재에 금속 버튼이 매치된 정통 스타일의 재킷이 어울린다. 20~30대 남성들에게 선물한다면 골지가 가는 코듀로이 재킷을 추천한다.

 화장을 한 듯 만 듯한 ‘생얼’이 유행하면서 화장품 회사들의 추석 선물세트도 색조보다 기초 화장품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어려 보이려는 ‘동안’ 열풍은 어머니 세대도 마찬가지다. 주름 개선 기능성 화장품이 올 추석에는 최고 선물이 될 것 같다. 에스티로더·설화수·헤라·후·오휘 등이 7만~30만원대 세트를 선보인다.

 20~30대 젊은 남성 사이에서도 유명 브랜드 화장품이 반가운 선물이다. 스킨부터 에센스·아이크림·비비크림까지 챙겨 바르면서도 자기 돈으로 화장품을 사는 건 여전히 낯설어 하는 이가 많다. 10만원대 안팎이면 스킨·로션·에센스가 포함된 세트를 구입할 수 있다.

 

어머니 선물로는 최근 유행하는 ‘빅백’을 권할 만하다. 어깨에 매는 자그마한 숄더백 대신 손에 드는 묵직해 보이는 가방으로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에 50~60대 중년 여성에게 필수 아이템이다. 닥스·MCM·루이까또즈 등의 빅백은 20만~40만원을 예상하면 된다.

손을경 MD 롯데백화점 패션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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