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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에 승산" 케리 지지 급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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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뉴햄프셔에서 실시한 존 케리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의 지지도가 20%포인트 가까이 치솟으며 경선자 중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케리 의원의 급부상은 아이오와주 당원대회의 역전극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뉴햄프셔 유권자들이 아이오와를 뒤따르기 싫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고 한다.

하워드 딘 전 주지사(버몬트)의 지지도가 순식간에 10%포인트 이상 폭락한 것이나 딘 전 주지사의 강력한 라이벌로 예상되던 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사령관의 동반 추락도 예상을 빗나간 것이다.

예비선거를 이틀 앞둔 25일, 인구 1백25만명의 북동부 뉴햄프셔에는 영하 10도를 밑도는 강추위가 몰아닥쳤다. 그러나 예비주자 7명과 선거운동원 수천명은 이날 새벽부터 유권자들을 가가호호 방문하면서 막판 선거운동에 열을 올렸다. 반전을 거듭하는 민주당 경선의 5대 궁금증을 정리했다.

◆케리의 급상승=가장 의아한 대목이다. 케리 상원의원은 30년간 의정활동을 했고 여러번 대선 후보로 주목됐지만 그만큼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평가였다. 지난해 말 딘 전 주지사가 급부상한 이후에는 '한물갔다'는 얘기도 있었다. 대반전극을 펴는 이유는 뭘까.

가장 그럴 듯한 설명은 하워드 딘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반대 이미지인 케리 쪽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25일 "민주당 경선의 쟁점이 이라크전이나 경제문제에서 '누가 대통령다워 보이고, 누가 부시를 이길 수 있느냐'는 쪽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워드 딘의 정서가 불안해 보일수록, 그의 거친 말에 실망할수록 민주당 유권자들이 점잖고 수십년간 검증된 케리 상원의원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오와에서 벌어진 대역전극을 통해 '저력있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도 지지율 상승의 배경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언론들은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극복하는 게 관건이라는 말을 늘 잊지 않는다.

◆딘의 추락=딘의 재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어서다. 아이오와에서 패배한 뒤 지지자들 앞에서 괴성을 지르면서 투쟁을 다짐했던 '광란의 연설'은 TV 코미디의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비웃음을 사고 있다. 코미디언 제이 르노는 "광우병이 아니라 광(狂)딘 병"이라고 표현했다.

미 유권자들은 형식은 싫어하면서도 보수적인 데가 있다. "정서가 불안해 대통령감이 못 된다"는 여론을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딘 전 주지사의 과제다.

◆주저앉은 클라크=클라크 전 나토사령관은 딘 전 주지사와의 2파전을 염두에 두고 선거운동을 펴왔다. 그러나 케리 상원의원이 선두로 급부상하자 목표를 상실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딘의 이탈표를 흡수하는 전략을 세우지 못해 준비된 후보가 아님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또 다른 다크호스=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주목의 대상이다. 아이오와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2위를 했고, 북부의 뉴햄프셔의 여론조사에선 4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남부로 가면 급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남부 출신 후보가 나와야 텍사스 출신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승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선거 전문가들도 많다. 따라서 에드워즈 상원의원은 또 부통령 후보로선 어떤 후보에게든 최선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군소후보들의 거취는=조 리버먼 상원의원(코네티컷)은 이르면 뉴햄프셔, 늦어도 다음달 3일의 7개주 선거가 끝나면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 흑인인 알 샤프턴 목사는 민주당원 중 흑인이 절반인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3일)을 통해 입지를 확보한 뒤 다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면서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맨체스터(뉴햄프셔주)=김종혁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존 케리(右)는 즐겁다. 뉴햄프셔주 예비선거를 이틀 앞둔 25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나슈아 고교의 유세장에서 케리 후보가 부인 테레사와 함께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나슈아 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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