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해외진출 기업 ‘법무참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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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로펌들에 해외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선진국 로펌이 한국 진출을 꾀하는 상황에서 우리 로펌들은 유라시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에서 법률 서비스를 받으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블루오션을”=법무법인 아주는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연해주), 울란바토르(몽골), 알마티(카자흐스탄),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 빈(오스트리아)에 각각 현지법인을 설립해 9월 초부터 법률자문 업무를 시작한다”고 5일 밝혔다.

아주 측은 국내 최초로 유라시아 법률 벨트를 구축했다고 자평했다. 일단 한국계 러시아 변호사 1호인 이원형 변호사와 아주의 전문 변호사 3명이 타슈켄트에 모여 현지 자문업무를 시작하고,이를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주는 올 연말까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도 법률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다. 아주는 국내 로펌 순위 18위(변호사 수 기준)인 중견 로펌이다. 김진한 대표 변호사는 “현재 국내 변호사가 1만 명인데 매년 1000명 이상의 변호사가 배출되는 시대에는 국내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2년 전부터 해외 진출을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아주의 공격적인 해외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산업·석유 등의 자원이 많은 나라들의 장래 법률 수요를 바라보고 ‘블루오션’을 개척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로펌 중 처음으로 베트남 진출의 물꼬를 텄던 백현기 로고스 대표변호사는 최근 “중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해 아시아벨트를 완성하겠다”고 선언했었다. 이 지역을 둘러싼 국내 로펌 간의 샅바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베트남은 기본”=로펌 순위 17위인 법무법인 한승은 중국 베이징에 한승투자자문공사를 17일 설립하고 업무를 개시한다. 또 아시아 최대 로펌인 중국의 ‘진두(金枓)’와 업무 제휴를 합의했다. 진두는 베이징·도쿄·샌프란시스코 등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소속 변호사 수가 600명에 이른다.

 2003년 법무법인 대륙이 중국에 처음 사무소를 설치했다. 대륙은 톈진과 쑤저우에도 사무소 개설을 준비 중이다. 현재 광장·태평양·세종이 베이징에, 대륙·지평이 상하이에, 굿모닝 코리아가 칭다오에 각각 사무실을 내고 활동하고 있다.

사내에 중국 전문팀과 베트남 전문팀을 두고 있는 세종은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 사무소 설치를 추진 중이다. 베트남에는 2006년 7월 로고스가 처음 사무소를 개설했고, 정평이 진출해 있다. 부동산 건축붐이 일어난 게 호재다.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구축 사업이 잇따르면서 법률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화우는 지난 4월 일본 사무소를 개설했다. 중국·베트남 사무소 개설도 적극 검토 중이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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