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외환은행 인수' 발표 첫 날 증시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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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의 외환은행 인수가 발표된 이후 처음 열린 4일 시장은 무덤덤했다. 외환은행은 장중 한때 8% 이상 오르며 매각효과를 누리는 듯했으나 소폭(1.71%, 250원) 상승한 1만4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환은행의 잠재적 인수군으로 거론되던 국민은행도 소폭(0.1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일단 이날 거래로 시장의 일차 평가는 끝났지만, 외환은행 인수를 둘러싼 관련 종목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증권사별로 외환은행이나 국민은행 등 은행주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놓고 계산이 엇갈린다.

◆정말 인수할 수 있겠나=대체로 인수 가능성 자체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대우증권은 아예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못 박았다. 이 증권사 구용욱 연구원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관련 재판 결과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융감독위원회는 법원 판결 전까지 외환은행 매각승인 불가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며 "결국 지난해 국민은행처럼 HSBC의 인수 계약도 파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CJ투자증권은 "HSBC와 론스타의 지분 인수 계약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 해지될 수 있는 조건부 계약"이라며 "매각 계약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화증권도 "최종 계약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며 "계약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HSBC가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는 데 결격 사유만 없다면 이번 계약은 성사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은=외환은행의 주가 전망도 제각각이다. 골드먼삭스는 이날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목표 주가는 기존 1만6500원에서 1만72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HSBC가 주요 주주로서 외환은행이 강한 영업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노무라증권도 "현재 주가에 비해 23.5%의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키로 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대신증권은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최정욱 연구원은 "HSBC가 론스타 이외의 다른 주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만큼 소액주주들은 론스타와 동일한 프리미엄을 향유할 수 없다"며 "과거 국민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됐을 때도 외환은행의 주가는 인수 예정가(1만5400원)보다 20% 할인된 1만2000원 선에서 거래됐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에 대해선 단기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낙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지금 주가도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많은 데다 인수 실패 가능성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으며 연말엔 막대한 배당금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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