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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내가족처럼-서울대병원 친절 새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진료실 위치를 물어도 간호조무사가 너무 퉁명스럽다.진료실 안이 너무 복잡하다.교수.전공의가 신경질적이다.처음 오는 환자들에 대한 예약안내가 없다.수납창구와 보험확인창구가 떨어져 있다.안내간판이 부실하다.계단을 걸어올라온 환자에게 곧바로 심전도검사를 한다….』 국내 최고권위라는 명예와 함께『불친절도 최고』라는 지적을 듣던 서울대병원이 환자들의 불편을 아랑곳하지 않던 오랜 병원운영 관행들을 깨뜨리고 대변신을 시작했다.새봄과함께「환자중심의 친절한 의료기관」으로 다시 태어나는 첫걸음을 내디 딘 것이다.국립대 병원으로 출발한 특성과 너무 많이 몰리는 환자 때문에 환자들에게 친절할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던 과거의 관료적 타성에 비추어 서울대병원의 변신노력은 의료계에 작은 혁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서울대병원의「혁명」은 예비의사인 서울대의대생 7명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됐다.본과 2~3년생인 이들은 병원운영의 문제들을 실제에서 확인해보려는 병원측의 의뢰를 받아 가운을 벗고 환자로 가장해 2월초 全부서를 돌며「암행감사」를 폈다.그 결과앞서 든것과 온갖 종류의 불친절.환자무시.불합리가 확인됐다.
이들의「부끄러운 자기진단」보고서는 병원에 전달됐고 韓萬靑원장을 비롯한 수뇌부는 더 이상 이같은 병원운영이 방치될수 없다는결론을 내렸다.
병원측은 3월부터 외래환자들에 대한 서비스개선등 손쉬운 것부터 개혁에 착수했다.
1층 안내소에 기존의 안내원과는 별도로「친절안내」라는 띠를 두른 간호직.관리직 간부들을 배치했다.수납창구에서 환자들에 대한 호칭도『~씨』에서『~님』으로 바꿨다.처음가는 환자들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게되는 심전도.채혈실.X레이실등 각종 검사실에서 검사전 2~3분간 쉬게 했다.또 병원 안쪽에 박혀 있어 찾기가 쉽지 않던 보험확인창구를 예약확인창구와 같은 방으로 합해환자들이 5월부터는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88년 만들어진 각종 안내간판을 밝은 색으로 더 크게 만들고건물 구석진 곳과 승강기 앞에 진료실.검사실 안내 입간판 10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의사들의 진료시작시간도 엄수케했다.회진이니 회의등으로 30여분정도 늦어지기도 했던 오전진료시작 시간을 정각 9시로 못박은것이다. 어느 병원이나 마찬가지로 외래환자들이 가장 불편을 느끼는 것이 투약.수납대기 시간이다.최악의 경우 2시간이상인 이시간을 전산망이 완성되는 8월부터 절반으로 줄일 예정이다.
입원환자 면회시간도 하루 한번으로 줄였다.오후6~8시 한차례만 허용하고 낮12시~오후2시대를 3월부터 없애버렸다.최근 이조치에 대한 반응을 조사한 결과 환자나 보호자의 84%가 환자의 안정과 조용한 병실분위기 조성,외부로부터의 감염예방,진료편의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필수적인 분야가 종사원들에 대한 교육.병원측은 진료실등에서 환자들과 첫 대면하는 간호조무사들에대한 예절교육을 대폭 강화해 현재 80%정도 교육을 마친 상태다. 지병이 있어 8년째 내과에 다니고 있다는 金義根씨(27.
연구원.서울성동구화양동)는『최근들어 의사의 병에 대한 설명.안내원의 친절도등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는 점을 느낀다』면서『그러나 보조원들이 반말을 하거나 대기시간이 긴 점등은 여전히 불쾌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朴容眩 기획실장(일반외과 교수)은『의료시장 개방을 앞두고 병원 서비스의 개념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지적은자성의 기회를 제공했다.작은것부터 먼저 개선해나가고 있으며 이운동이 의사들의 진료태도에까지 미칠 것으로 확 신한다』고 말했다. 〈申成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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