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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비자금 정치권에 불똥/“여에 흘러들어갔다” 목소리높이는 민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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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공 고위공직자·민정­민주계 중진 5명 의혹
조계사 폭력분규 사태가 민주당의 상무대 비리 공세로 연결되어 불똥이 정치권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상무대 비리 관련자금중 상당액이 여러 루트를 통해 여권 및 정치권 인사들에게 들어갔다는 의혹을 민주당측에서 집요하게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측은 상무대 공사와 관련,청우건설 비자금 2백27억원중 상당액이 여권에 유입됐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청우건설은 이중 1백25억원을 조계사에 20억원은 사장인 조기현씨가 자신의 빌라구입에 쓰고 기타 업무추진비 34억원과 차입금변제 44억원 등에 사용했다는게 지금까지의 검찰과 군당국의 조사내용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업무추진비·차입금변제 등은 경리장부에도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타용도 전용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조씨가 조계종계의 동화사에 주었다고 주장하는 80억원에 대해 당시 동화사 재무담당 선봉스님이 4일 『받은 사실이 없다』고 공개 부인했다.
민주당은 이 돈 역시 국방부나 검찰이 밝힌 내용과는 달리 정치권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대철의원은 『여권인사 3명이 이 돈중 30억,20억,6억5천만원씩 가졌다는 제보를 받았으나 이름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와관련,민주당 주변엔 문서내용에 대한 제보를 토대로 6공때 고위공직을 지낸 두명의 L씨와 청와대 인사 등이 거명되고 있으며 민자당 민정계 중진 K·P의원,민주계 중진 C·K·S 전·현 의원 등도 구설수에 오르내린다.
민주당은 국방부 특검단과 검찰이 정치권 유입내용에 대한 조사를 마쳐 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으면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의문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정게인사 연루설이 처음으로 제기된 고소사건의 고소장. 조씨는 92년 10월 대로건설 사장 이동영씨에 의해 서울지검에 피소됐다. 이씨는 신 건설공법인 LAC공법의 특허권자.
조씨는 상무대 공사에 LAC공법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공사수주때 대로건설의 참여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 사장이 당초의 약속을 어겼다는게 이씨의 주장.
이씨는 고소장에서 조씨가 사무실에 노태우 전 대통령과 현 민자당 민정계 중진 K의원의 사진을 걸어놓았으며 정부 고위인사들의 친교를 내세워 사업에 이용해왔다고 말했다.
또 조씨는 지난 90년 10월 이씨가 건네준 3천만원의 교제비를 들고 당시 군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던 전 각료 L씨를 찾아갔다는게 이씨의 주장이다.
민주당측은 조씨가 L씨를 이용,상무대 이전공사 수주를 따낸게 분명한데도 국방부 특검단은 영관급 장교 두사람만 구속하고 끝냈다고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박영수기자>
◎원로회의·승려대회 역할 뭔가/종단 「상원」 해당… 총무원장 인준권/원로회의/불교 고유 대의제… 초종법적 구속력/승려대회
서의현 총무원장의 퇴진여부에 초점이 모아진 조계사 폭력사태 해결에 조계종 원로회의(의장 서암종정)와 산중공사(승려대회)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태의 두 세력인 총무원측과 범승가종단개혁추진회(범종추)측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것이 입증된 상태에서 마지막 역할이 기대되는 수단은 이 두가지 뿐이기 때문이다.
속세 방식으로 해석할 경우 중앙종회가 하원이라면 원로회의는 상원에 해당한다.
80년대초 정식으로 발족한뒤 상징적인 기구로 존재해오던 원로회의는 최근 총무원장 인준 및 중앙종회가 발의한 불신임안 의결,종헌(조계종 헌법) 개정안 의결,종단 중요종책의 조정 등과 같은 일부 실무권한을 갖게 됐다.
현 원로회의 의원은 ▲봉암사 조실 서암스님 ▲파계사 조실 고송스님 ▲천왕사 조실 비룡스님 ▲해인사 방장 혜암스님 ▲백양사 조실 지종스님 ▲송광사 조실 일각스님 ▲관음사 조실 운경스님 ▲수덕사 조실 응담스님 ▲태고사 조실 도천스님 ▲대흥사 조실 도견스님 ▲수덕사 방장 원담스님 등 모두 11명.
당초 원로회의 의원 13석에서 줄어든 상태다.
원로회의 결정은 일단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종단을 대표하는 「큰 어른」들의 모임인 만큼 이들의 결정은 모든 불자들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종단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원로회의 의원중 원담·지종스님 등 과반수 정도가 범종추측의 개혁요구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원로회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원로들은 서 총무원장이 구성한 중앙종회가 추대한 인물들이라 「서 원장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종단내에서 대표성이나 실질적인 위상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불교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궁극적인 해결방안을 원로회의보다는 산중공사에서 찾고 있다.
산중공사의 역할에 대해서는 종헌에 명문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통을 중시하는 불교에서 신라시대이후 면면히 이어져온 불문율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산문 중심으로 교구단위의 스님들이 모여 중요사안을 의결하던 불교고유의 대의제도에서 유래된 산중공사는 현재도 문중회의 등으로 맥을 이으면서 그 전통을 유지해오고 있다.
최근들어 가장 대표적인 산중공사는 83년 신흥사 승려 살인사건으로 조계종이 혼란을 겪고 있을 때 합천 해인사에 2천여명이 모였던 전국승려대회.
대중집회 때처럼 참석자들이 갑론을박식의 열띤 토론을 가진후 만장일치형식으로 어떤 사안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면 이는 곧 초종법적인 효력과 구속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불교 3보(불·법·승)중의 하나인 법(교리)을 대표하는 절인 해인사에서 전국의 뜻있는 승려들이 모여 산중공사를 갖는 것만이 문제해결의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신성식기자>
◎조계사사건 어떻게 되나/폭력배 5명 명단확보 행방 추적/재야·노동계서 잇단 범종추 격려
○…4일 오전 조계사 본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서의현 총무원장의 기자회견이 별다른 이유없이 미뤄지면서 취재기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오후 조계사 본사측은 오후 1시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 연기해명」의 자리를 총무원 사회부장인 김도각스님(60) 주재로 여는 등 한때 부산.
그러나 도각스님은 이 자리에서 서 원장 기자회견 연기에 대한 해명은 일절없이 폭력사태와 관련,총무원측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경위서」를 돌리는 등 총무원의 입장만을 강조하고 나서 취재진의 빈축을 사기도.
○…도각스님 등 조계사 총무원 간부들은 이날 오후 3시30분쯤 보일스님 등 조계종 폭력사건과 연루된 혐의자의 출석요구서를 첨부하고 수사협조를 요청하러온 종로경찰서 이철주과장 일행을 접견,일단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임을 약속.
그러나 이같은 조계사 간부­수사진간의 우호적인 회동과는 달리 취재경쟁을 벌이는 기자들에 대해 조계사 승려들은 한사코 접근을 막아 실랑이가 계속됐다.
○…조계사 폭력사건을 수사중인 서울경찰청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서정옥 형사부장)는 수사착수 7일째인 4일 폭력에 가담한 중요 폭력배 5명의 명단과 주소·소속 계파 등이 적힌 자료를 작성,검거에 나서는 등 수사에 활기를 띠는 모습.
경찰은 그러나 폭력배들의 연고지에서 관할 경찰서와 연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폭력배의 인상착의도 파악하지 못한채 많은 인원이 투입되는 바람에 수사활동이 노출되는 경우도 잦아 공조수사에 문제점을 노출.
○…범승가종단개혁추진위원회(범종추) 소속 승려들의 단식과 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안암동 중앙승가대학내 범종추 사무실에는 연일 재야·노동계 인사들이 찾아와 농성 승려들을 격려해 눈길.
4일 오후에는 정해숙 전국교직원노조위원장 등 전교조 대표 3명이 범종추 사무실을 방문,『종단개혁을 위한 여러분의 노력을 적극 지지합니다』라고 방명록에 서명.
정 위원장은 서 총무원장을 겨낭한듯 『지고의 도덕성을 갖춰야 하는 종교지도자들이 폭력배를 동원해 반교육적 행위를 자행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비난한뒤 『종교계 지도자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종교계 정화와 개혁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표재용·최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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