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재능 발굴 큰수확-2일 막내린 대종상영화제의 虛와實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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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32회 대종상영화제는 이정국 감독의『두 여자 이야기』가 최우수작품상등 6개부문이나 석권하는 강세를 보인 가운데 2일 그화려한 막을 내렸다.
최근 신인감독들의 작품중 주목받을만한 영화가 없다는 것이 한국영화계의 큰 걱정거리중 하나였는데 이감독의『두 여자 이야기』는 이러한 불안을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만한 영화로 이번 대종상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힐 만하다.
데뷔작인『부활의 노래』에서는 아직 어수룩한 점이 많았던 이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과는 비교가 되지않을 정도의 안정감있는 연출력을 보여줘 앞으로의 가능성을 크게 했다.
이감독의 수상은 대종상영화제가 신인감독들의 작품에도 과감하게대상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 점에서도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기존의 실력자들을 사후적으로 인정하는 것뿐아니라「새로운 재능의 발굴」에 대종상이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 다는 점에서 이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관객과 함께 하는 행사」를 표방한 이번 대종상영화제는 한국영화걸작 회고전,대종상관련 사진.포스터전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해 어느 정도 일반관객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지난주 호암아트홀에서 벌어진 한국영화회고전에는 연일 올드 팬들이 몰려들어 한국영화의 전통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었다.그러나 이번 영화제에는 후보작 선정등에서 잡음이 잇따라 앞으로 대폭적인 개선이 있 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작품상 후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에 가장 주목받은 한국영화였던『그섬에 가고싶다』『투 캅스』등이 모두 탈락해 소장파 영화인들의 큰 반발을 샀다.그리 수작이라 하기 어려운『휘모리』『증발』등도 작품상 후보로 올라가는데『그섬에 가고싶다』등 이 탈락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작품상 후보로 올라온 다섯편의 작품중 극장개봉작이 『화엄경』한편에 지나지않은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관객과 함께 하는 행사」를 표방하면서 관객들이 보지못한 영화들이 대거 후보작으로 오르는 것은 앞뒤가 맞지않는 것아니냐는 지적이다.이는 한편으로 대종상이 업자들의 흥행전략에 놀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그간의 불신과 맞물려 상의 권위 자체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할 사항으로 꼽힌다.
『증발』의 신상옥 감독이 시상식 직전「외압이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상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번 영화제의「옥에티」중 하나다.그러나 신감독의 이러한 보이콧선언은 어차피『증발』의 수상가능성이 적어지면서 일종의 대언론 홍보 전략으로 나온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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