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꽉 막혀" … 카드깡 또 활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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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축소하자 카드 불법할인(일명 카드깡)을 통해 급전(急錢)을 마련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 불법 할인업자와 이용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1년 4백74건에 불과했던 신용카드 불법할인 건수는 지난해 3천2백5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수치는 경찰청이 해마다 50일간 실시하는 '사채업자 불법행위 특별 단속기간'에 적발된 건수여서, 실제 신용카드를 이용한 불법할인은 훨씬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깡'이 크게 는 것은 신용카드사들이 지난해 현금서비스 한도를 대폭 축소하자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카드 할인을 통해 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대부업체가 등록을 취소하고 신용카드 불법 할인업자로 변신하고 있는 것도 카드깡 증가의 한 가지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난해 1만4천개의 대부업체 중 17%(2천4백개)의 업체가 등록을 취소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자상한선을 연 66%로 한정하는 바람에 정상적인 대부업으로는 채산이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금감원은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신용카드 불법할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경찰청의 '사금융업자 불법행위 단속' 결과 신용카드 불법할인 건수가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사금융업자들이 신용카드 불법할인에 나서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금융업자들이 신용카드 불법할인을 선호하는 것은 높은 수수료 때문이다. 금감원 비은행감독국 조성목 팀장은 "등록된 대부업체가 제시하는 최고 금리는 연간 66%지만, 카드 불법할인 업자는 월간 기준으로 15%의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다"며 "1년에 6개월만 카드 불법할인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1백31%(복리 기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불법 할인업자는 물론 이용자도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할 방침이다.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되면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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