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은 때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길고, 퉁명스럽다 싶을 정도로 직설적이다. 생각을 툭툭 던지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주어.술어 개념 없이 어절만 연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① 끝났는가 싶은데 다시 이어지는 말=이 후보는 만연체 어법이 특징이다. 대선 후보가 된 뒤에도 여전하다. 끝났는가 싶으면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다시 시작하곤 한다. 체험이 워낙 많고 자신감이 넘치기 때문이라는 게 참모들의 해석이다.
지난달 29일 사무처 요원들과의 오찬 때도 그랬다. 그는 식사에 앞서 '간단한 인사말'을 했다.
"모든 직원을 한자리에 뵙게 되어 기쁘다"고 말문을 연 그는 "마음이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라고 말을 맺는 듯 보였다. 이미 200자 원고지 5쪽 분량을 말한 터였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여러 가지 악조건이 있지만 딱 두 가지를 믿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결국 그의 인사말은 원고지 20장 분량이었다.
과거 명대변인이었던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은 "20분이고 1시간이고 말하면 당할 사람이 없는데 1분 내로 얘기하는 건 박희태보다 약한 것 같다"고 평했다.
② 주어-술어 종종 생략=말이 길어지다 보니 주어-술어를 찾기 어려운 때도 있다. 특히 즉석 연설에서 그렇다.
지난달 31일 지리산 노고단 정상에서 이 후보가 한 말이 좋은 사례다.
"(의원들이)구호를 말하는 걸 보면서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나가 대다수 염원하는 정권 교체를 달성하는 결의를 다지는 좋은 행사다."
이런 특징은 김영삼(YS)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YS의 대변인 격인 박종웅 전 의원도 "말하는 데 기지가 부족한 점은 두 사람이 비슷하다"며 "YS는 촌철살인의 말을 잘한 데 반해 이 후보는 경험을 잘 인용하더라"고 말했다.
③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이 후보는 직설적인 어법을 구사한다. "한나라당 이미지가 무조건 보수.꼴통일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24일 당무회의)는 식이다.
이런 어법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변함없었다.
DJ에게 대놓고 두 차례나 "대선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DJ가 "호남은 (지난 대선에서) 영남 사람인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다"고 하자 "각하 때문에 그런 게 아니겠느냐"고 응수했다.
④ 격식 파괴, 실용 중시=이 후보는 지난달 31일 지리산 하산길에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한 가족을 만났다. 아이가 과자를 먹고 있는 걸 보곤 "과자를 하나 줘야 사진 찍어줄 거야"라고 해 주변을 웃겼다. 이 후보는 '과자 답례'로 아이를 번쩍 안고 사진을 찍었다.
이 후보는 실용적인 표현도 즐긴다. 지리산 등반 뒤 그는 방명록에 '우리 천연 자산인 지리산을 사랑하고 보호합시다'라고 썼다.
임태희 후보비서실장은 "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격식을 안 따진다"며 "이 후보는 '내 철학은 실용'이라고 말하곤 한다"고 소개했다.
고정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