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떠난 이승엽 '제2의 야구인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홈런을 노리기보다 많이 맞히는 야구를 하겠다."

이승엽(지바 롯데 머린스)이 일본 프로야구 무대를 향해 25일 오전 출국했다.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하는 장도다.

출국 직전 인천공항에서의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 투수들보다 뛰어난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를 치기 위해 홈런스윙(큰 스윙) 대신 짧은 스윙을 하겠다"고 했다. 당분간 '한방'보다는 타율 관리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이승엽은 곧바로 팀의 중심타선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머린스 측은 이미 이승엽의 일본 활동 대리인인 김기주씨에게 홍보를 맡기는 등 이승엽을 '간판타자'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 만큼 대우도 특급이다. 연봉 2억엔(약 20억원)에 출장 경기수와 팀 성적에 따라 5천만엔(약 5억5천만원)의 보너스를 받기로 돼 있다. 그는 도쿄와 지바 사이에 있는 우라야스의 한 아파트에 살림을 차릴 예정이다. 구단이 마련해준 아파트로 일본에서는 보기 드문 40평대의 대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머린스 측은 또 택시를 마음대로 탈 수 있는 티켓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이승엽은 26일부터 바로 개인훈련에 돌입한다. 이어 31일부터 가고시마에서 열리는 팀 전지훈련에 참가한다. 첫 출전은 다음달 28일 열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시범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 27일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의 16차례 시범경기는 일본무대 적응을 위한 실전준비다.

그는 회견에서 "28년 만에 처음으로 대구를 떠난다. 긴장도 되지만 설레기도 한다"고 출국소감을 밝혔고, 몸 상태를 묻자 "예년보다 일찍 운동을 시작해 당장 경기를 뛸 수 있을 정도로 좋다"고 말했다. 회견에는 부인 이송정(23)씨가 동석했다. 이송정씨는 일주일 뒤 일본으로 가 남편과 합류한다.

-일본어 공부는.

"하긴 했는데….(웃음) 아직은 통역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팀워크를 위해 빨리 배울 것이다."

-주전경쟁은 자신 있나.

"프로는 실력으로 말해야 한다. 열심히 하면 주전은 문제없다고 본다."

-미국 진출에 대한 미련은 없나.

"일본은 메이저리그를 향한 중간지점이다.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꼭 미국에 가겠다. 올 시즌을 마치고 귀국할 때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 국민에게도 기쁨을 드리겠다."

인천공항=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