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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그룹 24시] 빙그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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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올 들어 빙그레 직원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신년 사업 계획을 다듬는 등 분주하지만 이를 불평하는 직원들은 찾아 볼 수 없다. 지난 17일 빙그레는 본사를 7년 만에 다시 서울로 옮기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빙그레는 1997년 서울 압구정동에서 경기도 남양주시의 공장 건물로 본사를 이전했었다.

빙그레는 지난해 3월 라면사업 부문의 매각을 끝으로 구조조정을 일단락하는 등 유가공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서울 재입성을 이끈 정수용(53) 사장은 올초 열린 신년회에서 '빙그레의 재탄생'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정사장은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외국인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 기업설명회에 나서는 등 '달라진 회사' 알리기에 열심이다.

정사장은 지난해 말 파리에 다녀왔다. 프랑스 '소디마'사를 방문해 빙그레의 대표 상품인 '요플레' 브랜드 사용기간을 20년 더 연장했다. 정사장은 "매년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는 발효유와 가공우유 제품 시장에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빙그레는 해태제과의 빙과 부문 인수를 조심스럽게 탐색하고 있다. 만성적자를 내던 라면 사업부문 등을 정리해 회사 사정이 한결 나아져 신규 사업에 눈을 돌리겠다는 뜻이다.

빙그레는 이와 함께 국내 처음으로 83년 발효유 '요플레'를 내놨던 것과 같은 획기적인 신제품도 구상 중이다.

정사장은 사업 조직을 정비하면서 임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한 여러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익 배분제'다. 각 사업부서에 수익 목표를 주고 이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 그 초과 수익금을 회사와 부서 직원들이 나누는 방식이다. 유음료 대전지점 직원들은 지난해말 5천만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올해부턴 이익배분 상한제를 아예 없애 수억원씩 손에 쥐는 부서도 나올 전망이다.

빙그레는 또 인재육성을 위해 국내 경영대학원(MBA)에 합격한 직원들에게 입학금과 등록금 등 학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직원들의 해외 배낭 여행 비용도 회사가 대고 있다.

빙그레의 매출 규모는 사업 매각 등으로 줄었지만 이익은 늘었다. 지난해 추정 매출액은 5천여억원. 전년에 비해 10%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50억원가량 늘어난 3백8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경상이익은 이보다도 많아 1백억원이 증가한 3백6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외국인투자가들도 이 같은 빙그레의 변신에 주목하면서 주식을 사들여 외국인투자 지분은 1년새 3%에서 25%대로 늘었다.

◆ 빙그레=67년 설립된 대일양행이 모체다. 73년 국내 최초로 생우유를 넣은 아이스크림 '투게더'를 내놓으면서 국내 대표적인 유가공 업체로 떠올랐다. '바나나우유'는 이 회사의 대표적인 장수제품이다. ㈜빙그레로 사명을 바꾸면서 떠 먹는 요구르트 '요플레'를 선보여 국내 유가공제품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베이커리▶냉동식품▶라면사업을 잇따라 정리하거나 매각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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