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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과학자 110명의 ‘불온한 생각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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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위험한 생각들
원제 What Is Your Dangerous Idea?
존 브록만 엮음, 이영기 옮김, 갤리온, 432쪽, 1만7800원

  살다 보면 불편하거나 받아들이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직면해야 하는 현실이 있다. 이 책은 그런 성격의 질문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세계적인 석학 110명(주로 자연과학자들)이 나름대로 논리를 세워 통설과 어긋나는 생각을 피력했다는 점이다. 문자 그래도 위험한 생각이 아니라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선다’는 의미에서 ‘불온한 생각’이란 제목이 어울리는 책이다.

 “범죄자가 아니라 범죄자의 유전자를 범하라”란 주장은 어떤가. 세계적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형벌에 내포된 ‘보복’은 도덕적 원칙으로는 올바를 수 있지만 인간 행동에 대한 과학적 관점과는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그는 원칙적으로 범죄자 자신에게가 아니라 그의 생리와 유전, 그리고 환경적 조건들을 비난해야 한다며 “컴퓨터가 오작동하면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수리를 하지 컴퓨터를 처벌하지 않지 않느냐”고 묻는다.

 “사이버 횡포를 막을 수 없다”는 절망적인 의견도 있다. 미 러트거스대학원 심리학교수인 대니엘 골드먼에 따르면 우리 뇌에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무례하거나 분노를 표출하려는 충동을 억제하는 조절 기제가 있다고 한다. 이 ‘충동억제회로’는 상대의 응답을 실시간으로 피드백 받을 때 제대로 작동하는데 그런 실시간 피드백이 허용되지 않는 인터넷에선 불쾌하거나 화를 내거나 감정적으로 거친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고 한다.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 안면이 없는 사람과 소통할 때 더욱 심해지는 이런 현상은 ‘악플’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거란 섬뜩한 생각이 들게 한다.

  “진화론이 예술을 점령할 것”이란 예언을 보면 과학이 우리 삶의 어디까지 파고들지 아찔하다. 과학자의 주장이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뉴질랜드 캔터베리 대학교 예술철학교수인 데니스 듀턴은 진화론이 서로 다른 문화에서 나타나는 불변의 가치에 관해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고 한다. 예컨대 전 세계 달력에 그려진 풍경화의 특징이 잡목 숲과 활짝 트인 야외, 종종 구릉이 많은 땅, 물, 마음을 끄는 오솔길이나 바람이 불어오는 강둑 등인 까닭은 홍적세(200만년 전~1만년 전) 시기에 인류가 갖게 된 풍경에 대한 선호 때문이란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지난 40여 년간 얼마나 많은 연구자들이 진부한 정치와 형편없는 비평에 재능을 허비한 셈이 되니 실로 ‘위험’하다. 그러나 듀턴 교수는 우리가 어떻게 단 것을 즐기도록 진화해 왔는지 알게 되더라도 치즈 케이크의 맛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이 생각을 밀고 나아간다.

 책을 보고 있으면 어지럽다. “인류는 평등하게 창조되지 않았다” “지구는 위기에 처해 있지 않다” 등 도발적 주장에 대해 충분한 논란이 이어지지 않은데다, “정부는 위험한 장난감이다”와 “자유시장은 위험하다”처럼 서로 상충되는 주장이 그대로 실려 있어서다. 그래도 이른바 ‘정보화 시대’에 진정한 정보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는 이라면 도전해 볼 만한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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