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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흠집투성이 UR 관세협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우루과이라운드(UR)막판 협상 내용을 전해 듣는 국민들은 아마 헷갈리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우리가 마지막 며칠을 못 버티고 더 손해를 본 것인지,아니면 그래도「본전 치기」이상의 장사를 한 것인지 명확하지가않기 때문이다.
막판 초점은 농산물과 공산품에 대한 從量稅 부과문제였다.
부과대상 품목수를 놓고 고치고,또 고치느라 상당히 혼란스러워졌지만 문제의 본질은 국민학교 산수처럼 의외로 간단하다.
그림에서 보듯 공산품은 종량세를 물릴수 있는 품목수가 당초안수준으로 되돌아갔고 농산물은 당초안에 비해서는 상당히 늘어났다. 외견상으로는 정부 주장대로「손해 본 장사」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 과정과 결과를 유심히 들여다 보면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한마디로 되지도 않을 카드를 내밀었다가 국제적인 망신은 물론 나라 안에서도 정부에 대한 신뢰에 큰 흠집을 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안을 내면서『이것이 최종안』이라고 했었다.그러다 미국이 수정안을 내자 부랴부랴 따라냈다가 다른 나라들이『당초 약속과 틀리지 않느냐』는 이의를 제기하자 금세 허망하게(?)물러섰다. 물론『미국도 고친다는데 우리 정부는 뭐하느냐』는 여론에 정부가 떠밀린 感도 없지않다.그러나 정부의 정보력.형세판단.국제감각등 대외통상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여지없이 노출됐다. 또 종량세의 취지는 다른 나라로부터 저가.덤핑공세가 펼쳐질 경우 국내 산업이 피해보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때문에 종량세가 보편화된 세금부과방식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종량세를 물리기로했다가 막판에 빠진 품목들이과연「물려도 그만 안물려도 그만」인 품목들인지는 따져보아야 할문제다. 만약 안 물려도 되는 품목들이라면 공연히 국제무대에서「해프닝」만 벌인 꼴이고,꼭 필요한 것이었다면 7년을 끌어온 UR협상기간엔 가만히 있다가 왜 막판에야 허겁지겁 추가하겠다고나섰는지 의문이다.만일「後者」라면 정부의「직무유기」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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