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주는 북핵정책” 여야 못마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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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선 제재합의 북경가선 “대화로”/중국에 지나친 기대… 정세파악 차질
김영삼대통령의 일·중 순방외교에서 북한핵 대처에 대한 기조가 제재에서 대화로 바뀌고 당국자간 발표가 서로 엇갈리는 등 혼선이 일자 여야 정치권과 행정부도 덩달아 갈팡질팡하고 있다.
○…민자당 관계자들은 『일본에선 북한핵에 대해 강경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더니 중국에 건너가선 대화해결을 강조하며 유화적 태도로 바뀌었다』며 『왜 이렇듯 왔다갔다하는지 모르겠다』고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다.
한 당직자는 『김 대통령이 강택민 중국주석과의 정상회담 등에서 밝힐 수 없는 큰 성과를 거둔 것 같다』면서 『그러나 국내엔 정책혼선으로 비춰져 국민들에게 혼란만 심어주고 있다』고 수행관계자들을 원망했다.
특히 당내 외교전문가들은 방중 회담성과로 알려진 사항들이 지난해 11월 당관계자들이 중국 공산당 대외협력부장을 찾아 확인했던 방침에서 한치의 진전도 없고 우리측 요구의 톤만 혼선을 빚었다고 비판하고 있다.
우리측의 협상전술과 관련,한 중진의원은 『안보리 결의안 대신 의장성명을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중국과 회담전 성급히 밝힐 필요가 있었느냐』면서 『결국 미국이 거꾸로 강경쪽으로 나가 외무장관이 미국을 찾는 등 혼선이 생겨났다』고 못마땅했다.
의원들은 『결국 유엔·IAEA 등 국제기구에서 문제를 풀 수 밖에 없게 됐으며 강경이든 온건이든 정부가 일관된 기조를 유지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방중성과 무어냐
○…민주당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주장대로 대화해결로 돌아선데 안도하고 있다. 이기택대표도 『북한은 결국 세계연론에 굴복하고 중국식 개방정책을 취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낙관했다.
이부영 최고위원은 『이렇게 금방 대화로 돌아설 것을 너무 쉽게 달아올랐다. 그때 의연히 대처했더라면 논리적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 아니냐』고 아쉬워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렇게 왔다갔다한 것은 정부가 정세파악을 제대로 못한 때문이라 보고 있다. 『근본적으로 중국의 역할에 잘못된 기대』(남궁진의원)를 해 『뒤통수를 맞았다』(강창성의원)는 것이다.
○중,북핵카드 이용
중국은 북한카드를 이용해 미국에서는 무역특혜조치를 연장했으며 북한의 요구를 반영해 영향력을 강화하고,한국에 대해서도 핵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선심 아닌 선심을 쓰는 등 동북아에서 입지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예상대로 한국정부는 미국·북한 사이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강 의원)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이처럼 정부정책이 왔다갔다 하는 동안 『국가에 미친 보이지 않는 손해는 막대하다』고 말했다. 국민들은 혼돈에 빠졌으며,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부보다 더 현명해서 사재기나 외국으로 달아나는 일이 생기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 최고위원)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어느 구석에서는 한반도 전쟁위기설을 조작하고,정부가 여기에 놀아나는 꼴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이 대표)며 국내 강경파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총리실의 외교·안보관계자들은 중국이 우리의 뜻과 잘 맞지 않는 목소리를 냈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이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랫동안 대북문제에 관여해 온 한 고위관계자는 『중국에서 패트리어트배치·팀스피리트훈련 재개에 반대한다는 소리가 나왔지만 양국 정상회담 발표가 아니라 외교부대변인의 기자회견이었다는 형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 제스처일수도
그는 『이는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 북한이 의혹의 시선을 보낼 것을 의식해 중국이 미리 제스처를 쓴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몇몇 관계자들은 국내 여론이 대북 강경론과 대화론으로 나누어져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정책이 중심을 잃고 왔다갔다 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을 염려하기도 했다.
관계자들은 『외국방문팀이 돌아오는대로 빨리 외교·안보전략회의를 갖고 팀스피리트훈련·유엔안보리 결의문 등에 관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김진국·김진·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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