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실습비 하루 80錢-여중생 7명 보고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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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실험실습비가 하루 80전이라는 사실에 놀랐고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장난을 쳐도 선생님이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이유가 과밀학급 때문이라는 것도 알았어요.』 어린 여중생들이 우리 교육현장의 열악한 단면을 조사.분석해 보고서를 내 화제와 함께 충격을 던졌다.「우리나라의 교육실태,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으로60쪽분량의 이 보고서를 만든 학생들은 서울노원구월계동 신창중학교 2학년4반 李智 淑양(15)등 앳된 얼굴의 여중 2년생 7명. 이들은 지난해 2학기 도덕과목에서 산교육의 한 방법으로도덕시간 과제물로 내준 현장조사 보고서의 주제로 무엇을 쓸까 고민하다 자신들을 둘러싸고있는 교육환경을 직접 조사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40여일간에 걸쳐 한국교육개발원.대학도서관.외국대사관.서점등에서 수집된 문헌 자료와 자신들이 다니는 신창중학교의 교육여건을 종합해 작성한 이 보고서는 나이어린여중생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조사항목은 의무교육.실험실습.과밀교실.교사수.교사들의 수업시간.자율급식관계에서부터 화장실의 하수처리현황.쓰레기 처리상황등섬세한 부분까지 조사했다.
학생들은 급식수혜자가 국교생 전체의 8.1%에 불과하지만 미국.일본에서는 고교까지 98%이상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우리도 급식을 하면 무거운 짐도 덜고 어머니들도 편하실텐데…』라며 우리나라의 급식현황을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또 미국.영국.독일.일본.프랑스등 선진국에서는 의무교육이 9~12년인데다 이 기간중 수업료.급식비.통학비등이 모두무상이지만 우리나라는 의무교육기간(6년)이 짧은데다 교과서외에는 아무것도 무상화돼 있지 않은 현실도 지적했다 .
李珉瓊양(15)은『교실이 20평이나 되는데도 형광등꽂이는 8개밖에 없고 그나마 절전을 이유로 1개씩 떼어낸 넓은 교실엔 전등 4개가 켜지는 바람에 뒤에 앉거나 날씨가 조금만 궂으면 칠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이 조사한 중학교 선생님들의 주당 수업시간은 29~30시간.일본의 17.13시간보다 거의 두배다.보충수업이나 자율학습을 합치면 부담은 더 늘어난다.
『과밀학급 해소를 위한 교실 증축과 선생님 증원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이들 여중생들의 진단이다.교육당국은 이들 소녀의건의에 어떤 응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金東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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