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측 30여 명 불참 … 반쪽 연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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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국회의원·당원협의회 위원장 합동 연찬회가 30일 전남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가족호텔에서 열렸다.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앞줄 왼쪽부터) 등 참석자들이 안상수 원내대표의 보고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구례=조용철 기자]

'화합'과 '정권교체'.

30일 전남 구례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의 키워드다. 이날 지리산가족호텔에 마련된 연찬회장엔 '우린 정권교체의 동반자'란 문구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가 악수하는 전당대회 때 사진이 걸렸다.

이 후보는 연설 직전 강재섭 대표와 비슷한 톤의 대화를 나눴다.

▶강 대표="대운하 설명회를 하려 했는데 후보가 하지 말라고 해서 중국 관련 영상물 감상으로 대체했다."

▶이 후보="그런가. 내일 비가 와도 산에 가나… 가자."

▶강 대표="그럽시다. (앞으론) 험한 길도 올라가고 해야 대권을 잡을 수 있다."

이 후보는 연설에서 "진정한 화합은 물 스며들 듯 하나가 되는 것"이라며 "경쟁하고 싸웠기 때문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위해 화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역사적 당위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선 날 마지막 3분에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가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변화를 가져왔다"고 박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그는 대한민국이 당면한 다섯 가지 문제점도 얘기했다. ▶무능한 리더십 ▶투자 부진 경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교육 ▶방만한 정부 ▶불안한 삶의 질과 양극화 등을 꼽았다. 그는 "(토지보상비가 풀려) 이 정권 말기에 경제가 조금 나아지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며 "차기 정부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보수를 뛰어넘어 실용적으로 국민의 요구를 하나씩 수용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강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한 베이스캠프를 친 우리는 한 로프에 몸을 묶고 올라가는 동반자이자 동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후보 측 이재오 최고위원이 박 전 대표 측 인사에게 자극성 발언을 한 걸 의식한 듯 "서로 상처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당협위원장들은 이후 밤늦도록 술잔을 나누며 화합과 단합의 시간을 보냈다. 이 후보는 "한숨도 안 자도 좋으니 맥주 한잔이라도 함께하자"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정감사와 관련, "여권이 9월 12일부터 국감을 하자고 하지만 민생법안, 정치관계법안, 언론자유법안이 먼저 처리돼야만 국감에 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사말에서 "원만한 대선을 위해 허위 폭로 제지 법안, 유력 대통령 후보 유고 시 선거 연기 법안 등 정치관계법을 국감 이전에 빨리 처리해야 한다"며 "또 집권세력의 언론 재갈 물리기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취재공간 제공 의무, 취재원에 대한 접근권 보장 등을 담은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대한 법 개정안을 반드시 먼저 통과시켜야만 국감에 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불참=이날 행사는 국회의원.당협위원장 253명 중 175명만 참석했다. 의원도 87명(129명)만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반쪽 연찬회'가 됐다. 박 전 대표 측 인사 상당수도 불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친박(親朴) 의원 중엔 김학원. 김학송.한선교 의원 등 11명만 모습을 드러냈다. 김무성.허태열.최경환.유승민.이혜훈.김재원 의원 등 캠프 핵심 인사뿐 아니라 김용갑.이해봉 의원 등 영남지역 중진 등 30여 명이 참석하지 않았다. 일부 의원은 해외 체류, 일부 의원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내세웠다.

친박 성향의 한 인사는 "경선이 끝난 지 겨우 10일이 지났다. 이렇게 급하게 패자들에게까지 동원령을 내린다고 아직 마음 정리도 안 된 사람들이 털고 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선 기간 중립을 지켰던 한 중진 의원도 "아량으로 감싸고 도와 달라 부탁을 해도 정권교체를 이룰까 말까인데 '반성하라'는 발언이나 한다면 이번 대선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구례=고정애.이가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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