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인질 모두 석방 "20일은 산에서 지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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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의 무장세력 탈레반에 마지막까지 억류됐던 7명이 30일 모두 풀려남으로써 인질 사태가 43일 만에 막을 내렸다.

28일 한국 정부와 남은 인질 19명의 전원 석방 방침에 합의한 탈레반은 29일 12명을 석방한 데 이어 30일 7명도 다 풀어줬다. 이날 오후 11시30분쯤(한국시간) 1차로 4명이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측에 넘겨졌고, 뒤이어 3명도 인도됐다.

본지는 이날 먼저 풀려난 인질 4명 중 제창희(38.사진)씨와 전화로 단독 인터뷰했다. 제씨는 한양대 영문학과 대학원을 마친 뒤 경기도 산본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다.

인터뷰는 탈레반이 인질들을 데리고 차량으로 이동하는 도중 이뤄졌다. 제씨는 "그동안 사나흘에 한 번씩 옮겨 다녔으며, 20일 정도는 산에서 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풀려난 인질 19명을 아프간 수도 카불로 옮긴 뒤 두바이를 거쳐 귀국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30일 "이르면 이번 주말 귀국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제창희씨와의 일문일답.

-누구와 함께 계신가요.

"송병우.이영경.이성은씨와 같이 있습니다."

-언제 석방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까.

"어제 들었습니다."

-다른 인질들 소식은 들었나요.

"전혀 몰라요. 한국에 몇 명이나 돌아갔습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풀려나는 거죠?"

(충격을 우려해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피살된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한국엔 2명이 돌아왔고, 나머지는 풀려나는 중이라고만 알려줬다.)

-억류 중 탈레반이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나요.

"지금도 그 사람들(탈레반)과 함께 있어 말하기 곤란합니다. 길게 통화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곁에 탈레반 병사 4명이 지키고 있어요."

신예리 기자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이 나라는 평균 고도가 1000m로 고원이나 산악지대가 많다. 피랍 사건이 발생했던 카라바그 지역은 해발 2000m의 건조한 고산지대다. 심할 경우 일교차가 15~20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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