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고속회복' 원동력은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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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펀드의 힘이 여전히 강하다. 펀드로 몰리는 돈은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휘청이던 국내 증시에 회복제가 되고 있다. 이달 17일 바닥을 찍은 코스피지수는 이후 이틀만 빼고 계속 오름세다.

30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5.51포인트(0.85%) 오른 1841.7에 장을 마쳤다. 7월 초 수준까지 돌아온 셈이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여전하지만 주식형 펀드로 끝없이 밀려드는 뭉칫돈이 증시 회복세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 김진호 연구위원은 30일 "장마(큰 충격)는 끝났다"며 "8월의 조정으로 (증시의) 가격 조정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적인 악재가 반영되더라도 1700포인트를 다시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회복 속도를 감안할 때 앞으로 3개월간 최고 203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시를 끌어올리는 펀드의 힘=외국 증시와 비교할 때 한국 증시의 회복 속도는 무척 빠른 편이다. 이날 현재 코스피지수의 고점 대비 회복률은 52%.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중국(525%)과 홍콩(119%), 호주(64%) 다음으로 빠른 회복세다.

원동력은 주식형 펀드로 들어오는 돈이다. 자산운용협회는 최근 전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80조원, 순자산총액은 100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특히 돈이 몰리는 국내 주식형은 지난달 4조2000억원에 이어 이달에만 이미 3조9297억원(28일 기준)이 몰렸다. 7월 하루 평균 1995억원이 유입됐다면 8월에는 2100억원씩의 새로운 자금이 들어오는 셈이다. 갈수록 자금 유입 속도나 양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주식형 펀드 성장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다. 주식형 펀드 순자산총액은 올 상반기 동안 53.95% 늘었다. 주요국 중 가장 빠르다. 일본은 우리의 절반 수준인 22.02%, 미국과 영국도 각각 10.84%, 8.64%에 불과하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중현 연구위원은 "펀드로 돈이 몰리면서 투신권이 시장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 버냉키 입 지켜봐야'=그러나 '장밋빛' 전망은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급락장의 원인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본질이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영증권의 이승우 선임연구원은 "이번 주말(3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의 연설로 (시장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교통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까지 FRB의 대응들로 미뤄볼 때 시장 우호적 발언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한양증권의 홍순표 연구원은 "아직은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며 "상승 가능성과 하락 리스크를 동시에 대비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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