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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PING] 알뜰한 그 여자 절반 값에 그릇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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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소꿉놀이같이 알콩달콩한 신혼살림을 꿈꾸는 예비 신부들에겐 혼수용 그릇 장만이 가장 즐겁게 마련이다. 서울에서 가장 큰 그릇 도매상이 모여 있는 남대문시장은 요즘이 대목이다. 가을철 결혼을 앞두고 혼수를 장만하러 오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발걸음이 늘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 만날 수 있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대부분 구비하고 있는 데다, 개성 넘치는 중소업체의 비메이커 그릇들, 외국에서 직수입돼 남대문시장이 아니면 구경하기 힘든 그릇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25일 오후, 남대문시장 대도상가(D동) 3층과 중앙상가(C동) 3층에 자리 잡은 그릇 시장을 둘러봤다.

 ◆없는 그릇 없다=서울 회현동 남대문시장의 중앙상가 3층. 대도상가와 구름다리를 사이에 두고 연결된 이곳엔 30여 개의 그릇 가게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전국에서 올라온 지방 상인들을 상대로 한 도매 장사나 식당업자 상대의 대량 판매를 주로 한다. 최근엔 단체로 세트 상품을 사 가는 신혼부부들도 상인 못지않게 큰 고객이다. ‘사랑만들기’라는 가게를 운영하는 나한주(48) 사장은 “신혼부부들은 한번에 40여 개 정도 세트로 그릇을 사 가니 큰 손님”이라며 “최근엔 가을 혼수 시장이 봄보다 더 잘되는 편”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곳에선 시중 백화점과 똑같은 물건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임대 수수료가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렐 등 일부 수입 브랜드는 구색을 다 갖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백화점과 브랜드 간의 단독 판매 계약 때문이다.

 남대문시장 E동 지하에는 수입 그릇들이 많다. 미국·이탈리아·독일·헝가리 등 전 세계에서 모아놓은 그릇들이다. 찻잔·접시·꽃병 등 한 종류를 전문적으로 구비해 놓은 가게가 많은 것이 특징. C동 입구 주변에는 독립 가게 형태의 그릇 도매점들도 10여 곳 퍼져 있다.

 최근 똑똑한 신혼부부들은 백화점에서 원하는 제품을 둘러본 뒤 남대문시장에서 같은 제품을 놓고 흥정을 벌인다. 이날 대도상가에서 만난 예비 신부 김화정(27)씨는 “백화점에서 알아본 가격보다 절반 정도로 싸게 산 것 같다”며 좋아했다. 웬만한 브랜드 제품은 인터넷을 통해 가격이 많이 알려져 있어, 정찰제가 아니라고 바가지를 쓸 염려는 별로 없다. 시장 입구에서 일부 상인이 호객 행위를 해 눈살을 찌푸릴 순 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다. 남대문시장은 무료 주차장이 없는 것이 단점이지만, 구입한 제품은 집까지 무료로 배달해 주므로 물건을 들고 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어떻게 고를까=혼수용으로 장만하는 홈세트는 점점 간소화되는 추세다. 5년 전만 해도 54~62개들이 세트가 기본이었지만 최근엔 5인용 34개들이 세트나 8인용 44개들이 세트가 보통이다. 한번 그릇을 많이 사 놓으면 나중에 질리더라도 새 그릇을 사기가 쉽지 않은 데다 모든 그릇을 다 통일시켜 놓는 것을 촌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혼수마트’의 김원익(49) 사장은 “홈세트를 간소하게 하는 대신 부부가 쓸 공기와 국대접은 개성 넘치는 것으로 따로 장만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홈세트는 아무 무늬도 없는 흰색 제품이나 백금 느낌의 펄 문양이 들어간 은은한 디자인이 인기다. 꽃이나 과일 등 큰 문양이 들어간 그릇은 세트로 장만하지 않고 포인트로 한두 개 정도 장만하는 이들이 많다. 가볍고 강도가 더 높은 본차이나가 가장 많이 팔린다. 남대문시장엔 중국산 그릇도 많은데, 아무래도 강도 면에선 국산이 낫다는 것이 상인들의 평이다. 그릇을 뒤집어보면 대개 원산지가 표시돼 있으므로 꼭 확인해야 한다.

 비메이커 제품들도 대부분 튼튼하고 가격 대비 품질도 좋지만, 세트 중 일부가 깨졌을 때 다시 구입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게 좋다. 남대문시장에서 8인용 44개들이 홈세트를 구입한다면 도자기 제품은 20만원대 안팎, 본차이나는 25만~28만원, 코렐은 28만~30만원 정도로 예상하면 된다. 국산 유명 브랜드 고급제품은 40만~50만원대도 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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