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슈] “역시 위기는 기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9면

'위기는 곧 기회다'란 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서브프라임 부실 확산 여파로 주식과 채권 가격이 급락하자 값이 싸진 알짜 자산을 잡으려는 투자자가 잇따르고 있다. 미리 샀던 일부 투자자는 이미 수익을 내기도 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28일(현지시간) "경영난을 겪고 있는 부동산담보대출(모기지) 업체 컨트리 파이낸셜에 투자한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미 장부상으로 2억2000만 달러의 이익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BOA는 앞서 22일 컨트리 파이낸셜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신문은 "BOA는 위기 속에서 대형 투자를 결정했다"며"투자액을 주식으로 바꾸면 17%의 지분을 보유하게 돼 BOA가 컨트리 파이낸셜의 최대주주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투자회사 'J E 로버츠'를 운영하는 조 로버트는 이달 중순 서브프라임 파동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 8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현재 25%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다. 그는 "매도가 지나치다"며 "지금이 주식을 살 때"라고 말했다.

투자회사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최근 골드먼삭스.메릴린치.도이체 방크 등 금융기관들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위기 속에서 채권 값이 많이 떨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완전히 서브프라임 위기에서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리스크(위험)를 감수할 때"라며 "앞으로도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도 금융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경영난을 겪고 있는 모기지 업체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억만장자 투자가 윌버 로스도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반으로 한 채권을 사들이는 중이다. 로스는 과거 철강을 비롯한 저평가 기업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린 인물이다. 일부 뮤추얼 펀드도 다른 투자자들이 팔고 있는 리츠펀드(부동산투자펀드) 등을 사들이고 있다. '저가 매수 전문가'로 알려진 루미스 샐리스사의 댄 퍼스 펀드매니저는 최근 현금 비중을 40%에서 33%로 줄이고, 채권 비중을 18.7%로 2%포인트가량 높였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톰슨 파이낸셜의 프랭크 스카투로 부사장은 "영리한 투자자들은 남보다 앞서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아나선다"며 "서브프라임 파동이 한창이던 이달 초부터 이미 저가매수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