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체질 바꾸자” 고언 봇물/민자 산상토론 지상중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목소리/“개혁선도 못하고 되레 걸림돌” 자성도
『통치자 권력강화에만 전력해오던 정당에서 국민을 뒷받침하는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문정수 사무총장·최재욱부총장·강삼재 기조실장 등 지도부를 포함,민자당 중앙당직자 3백여명이 26일 관악산 산정의 바위 위에 걸터앉아 벌인 「국제화·정치개혁에 따른 당의 진로」 토론회에서는 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한 건설적 고언들이 봇물 터지듯 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90분여 진행된 이날 산상 토론회는 『당이 지금까지의 권위주의적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개혁에 부분적인 걸림돌은 아니었는지 냉철히 자성하는 계기로 삼자』는 문 총장의 주문으로 시작됐다.
청년직능국 차장은 『국제화시대 정당의 역할은 산업·기업의 경쟁력제고를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라며 『과거 여당처럼 통치자 집권강화에만 몰두하기보다 직능·지역에 맞는 정책을 신속히 공급하는 정책뱅크가 되자』고 말문을 텄다.
그는 『최근 변화의 몸부림속에 여당이 먼저 변화하지 않으면 개혁·국제화는 과거 「선진조국」처럼 공허한 구호로 끝나고 만다』고 경고했다.
한 심의위원은 『집권인물의 필요에 의해 생겨나 그들의 요구에 의해 통페합과 이합집산을 거듭해온 정당 운영방식이 이젠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무처 출신의 공천보장 주문도 많았다.
또다른 심의위원은 『정당의 아래조직에서부터 충분한 역할을 하며 국장을 거쳐 공천을 통해 의회에 진출하는 충원의 통로가 확립돼있지 않다』며 『10년앞이 불안한데 위에 로비가 급하지 어떻게 장기 정책개발에 몰두하겠느냐』고 목소를 높였다.
원내총무실 차장은 『대통령도 우리처럼 당료출신으로 커오신 분이지만 지난번 조직책 인선은 전문당료들이 배제된 또다른 의미의 낙하산인사였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집권여당의 명색(?)에 어울리지 않게 『급료가 적어 대출받기가 어렵다』 『대충 하루 쉬라는데 연월차 휴가를 확립해 떳떳이 쉬고 싶다』는 궁기섞인 호소도 나와 시대의 변화를 실감케 했다.
사회를 맡은 총무부장은 『당 지도부가 가십에만 등장해 「장고」 「가출」했다는 표현은 봤으나 정책적 비전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이제 이삼동·강삼동의원의 정책비전이 무엇인지 본격적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지도부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다른분야에 지지않게 정당도 끊임없는 재교육이 필요하다』 『지도부에 좋은 소리만하는 하는 사람은 적이 될 수 있다』 『야당의 지나친 약화를 방치만 말고 함께 국정을 해나가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 등 제안도 많이 쏟아졌다. 『해온대로 하자는 관행탓에 선물이나 돌리다 언론지탄을 받지 않느냐』는 성토까지 뜨럽게 어울려 산정의 추위를 누그러뜨렸다.
문 총장은 『공화·민정·민자당직자가 뒤섞인 오늘의 모임이 그간의 비정상적 정당사를 반영하는 증거』라며 『하의상달의 통로를 확립하는 등 개혁시대에 걸맞게 모든 당의 면모를 일신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최훈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