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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동해의 동쪽 끝엔 에도시대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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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여행객 200만 명의 시대, 도쿄(東京)·오사카(大阪) 등 대도시의 번잡함이 마뜩찮다면 조용한 소도시 가나자와로 눈을 돌려볼 만하다. 에도(江戶) 시대부터 큰 자연재해나 전화(戰禍)가 없었던 ‘평화의 땅’답게 마음 분주한 여행객들에게도 여유와 게으름을 허락하는 이곳에서 일본문화의 속살을 살짝 맛봤다.

<가나자와> 글·사진=이영희 기자

에도시대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옛 요정거리 히가시차야가이. 토요일에는 이곳에서 ‘게이샤 예능 감상회’도 열린다.

전통과 현대의 즐거운 악수

①전통산업회관에 전시된 일본의 전통 여름 의상 유카타
②기모노천에 가가유젠 기법으로 채색을 하고 있는 장인
③오미초 시장에는 인근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풍부한 해산물이 그득하다.
④하쿠코간의 금박 붙이기 체험

 교토(京都)의 기온(祇園)과 더불어 일본의 대표적인 오차야(御茶屋·게이샤가 나오는 요정) 거리로 꼽히는 가나자와시 ‘히가시차야가이(東茶屋街)’. 좌우로 길게 늘어선 일본 전통 목조건물 사이를 지나다 보면 NHK 대하사극의 한 장면 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과거 사무라이들이 게이샤의 공연을 보며 술을 마시던 유흥가인 이곳은 이젠 음식점과 찻집·선물가게 등으로 탈바꿈했다. 일부 오차야는 180년 전의 내부를 그대로 보존해 관광코스가 됐다.

 시에서 전통가옥 보존을 장려한 때문인지 곳곳에 고풍스러운 집들이 자리잡고 있다. 막부 시대 고급 사무라이가 살던 집을 그대로 보존한 나가마치(長町)의 저택터, ‘모닝구 파마’라고 쓰인 1970년대 풍의 미용실, ‘뽑기 기계’가 늘어선 작은 문구점 등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을 거슬러 여행을 온 듯하다.

 일본식 조경에 관심이 있다면 일본의 3대 정원으로 꼽힌다는 ‘겐로쿠엔(兼六園)’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에도 시대 때 이 지역을 다스렸던 마에다(前田) 가문이 수대에 걸쳐 가꾼 정원은 연못과 작은 폭포·정자 등의 조화가 일품이다.

 ‘전통의 멋’만 있는 게 아니다. 2004년 문을 연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초현대식 도심 속의 놀이터다. 근교의 꽃들로 건물 벽을 꾸몄다. 루브르 박물관 제2 전시장을 설계한 거장 세지마 가즈요(妹島和世)의 작품이다.
 
일본문화, ‘오감’으로 느껴요

 가나자와 여행이 매력적인 이유는 일본문화를 몸으로 느껴볼 수 있기 때문. 전통산업회관인 가가유젠관(加賀禪館)에서 전문가 아주머니들의 도움을 받아 기모노를 입어봤다. 겹겹의 옷과 오비(帶·허리에 두르는 대)가 몸을 죄어 처음에는 숨쉬기가 쉽지 않았다. 기모노 차림의 촬영은 물론 하루 대여도 가능해 지역 축제나 불꽃놀이 철에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가나자와는 일본 전체 금박 수요의 99%를 조달하는 금박기술의 본고장이기도 하다. 하쿠코간(箔巧館) 등 시내 곳곳에 위치한 금박제품 상점에서는 1만분의 2mm 두께의 금박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화장품 박스나 연필꽂이 등에 직접 금박을 입히는 ‘금박 붙이기 체험’은 1500~1800엔. 여성들에게는 금박을 직접 얼굴에 붙이는 ‘금박 에스테’도 인기다. 금을 피부에 흡수시켜 혈액 순환과 피부 재생을 돕는다는 ‘에스테’는 얼굴과 어깨 마사지 1회당 1만6800엔. 이시카와현 과자 문화회관에선 일본 전통과자인 와가시(和菓子) 만들기, 다도 체험도 가능하다.
 
싸고 맛있는 해물 맛보세요

 식도락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가나자와는 동해의 바다생선과 하쿠산(白山)에서 흘러내린 강물에서 자라는 민물생선이 풍성한 ‘해산물의 천국’이다. 이곳의 회와 초밥 요리는 일본에서도 손꼽힌다.

 1721년 문을 연 오미초(近江町)시장은 활기 넘치는 해산물 직거래 장터다. 갓 잡은 해산물 요리를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산처럼 쌓인 싱싱한 해산물들의 값이 참 ‘착하다’. 초밥 집으로는 가나자와시 인근에 5개의 체인점을 갖고 있는 모리모리스시(076-262-7477)가 유명하다. 테이블에 마련된 터치 패드 방식의 전자 주문판으로 직접 초밥의 사진을 보며 주문할 수 있어 일본어를 전혀 못해도 불편함이 없다.

 일본을 찾는 여성들의 큰 관심 중 하나가 쇼핑이지만 가나자와는 명품 브랜드를 찾기엔 적합하지 않다. 포러스·109 등의 백화점에서 나만의 개성있는 쇼핑을 하는 게 재미있다. 혼잡하지 않고 세일도 자주 한다. JR가나자와 역에 있는 쇼핑몰인 하쿠반가이(百番街)는 놓치면 아쉬운 명소. 각종 토산품이나 전통과자 가게 등이 늘어서 눈요기는 물론 기념품을 사기에 제격이다.

Tip

■여행정보=시중 일본 여행 책자에는 아직 가나자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떠나기 전 가나자와시 한글 홈페이지를 활용하자. 시내 지도는 물론 한글로 된 가이드북까지 내려받을 수 있다. http://www.kanazawa-kankoukyoukai.gr.jp/korean/main/ 가나자와시 관광교류과 076-220-2194

■교통=인천공항에서 고마쓰 공항까지 대한항공이 월·수·금·일요일 네 번 취항한다. 1시간40분이면 도착. 가나자와시엔 지하철이 없다. 대신 버스 노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각 정류소가 번호로 표시돼 있어 불편함이 없다. 버스요금은 시내 일정구간 내 100엔이며 구간을 넘어가면 거리에 따라 계산된다.

■숙박=최고급 호텔부터 온천여관 형태까지 100여 개의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일부 호텔에는 욕탕이 있어 온천 간접 체험이 가능하다. 본격적인 온천관광을 원한다면 가나자와시 인근 지역으로 나가야 한다. 유와쿠(湯涌)·아와즈(栗津)·다쓰노쿠치(辰口) 등은 널리 알려진 온천 군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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