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골제는 방조제” 조정래 소설 근거 비판한 이영훈 교수 새 주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이영훈(55·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소설가 조정래(64)씨의 역사소설 『아리랑』(전12권)의 역사적 근거를 재차 비판하며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삼국시대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저수지로 알려져 있는 벽골제가 사실은 바닷물의 침입을 막는 방조제(防潮堤)라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이같은 새로운 학설을 뉴라이트재단 기관지 ‘시대정신’ 가을호에 발표했다.

이 주장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이 교수와 조 작가와의 논란 때문이다. 이 교수는 ‘시대정신’여름호에서 “『아리랑』의 주무대인 김제평야가 소설에서처럼 원래부터 비옥한 땅이 아니라 황무지였으며, 곡창지대로 변한 것은 일제 식민지기에 개발된 수리사업 때문이었다”는 주장을 했었다. 이에 대해 조씨는 대학 강연 등을 통해 “백제시대부터 벽골제라는 국내 최대의 수리시설이 있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 교수는 “15세기 초 『세종실록지리지』 김제군편을 보면, 벽골제에 대해 ‘신라 흘해왕 21년에 비로소 둑을 쌓았는데, 길이가 1800보다. 본조 태종 15년에 다시 쌓았으나 이익은 적고 폐단은 많았으므로 곧 허물어뜨렸다’라고 돼있다”며 “조선왕조 500년 내내 벽골제는 허물어진 상태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장 답사와 19세기 말~20세기 초 지도로 분석해 볼 때 광대한 평야지대를 막아 저수지를 만든다는 발상은 실현되기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배영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