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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단골집>뜨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최근들어 도처에 문화라는 말이 쓰이고 있다.정치문화.소비문화.주거문화.음식문화등.
그 쓰임새가 적절한지는 접어두고 같은 값이면 점심 한끼를 먹더라도 분위기 좋은 집,깨끗한 집,환경이 좋은 집을 찾는 것은당연하다.그래서 요즈음은 독특한 맛이나 분위기로 승부를 걸려는음식점이 늘고 있다.
먹거리만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까지 세일즈 한다고나 할까. 그런데 어떤 집에 가보면 치장은 요란하게 해놓고 정작 음식 맛은 별 볼 일 없는 곳도 있고,음식은 먹을만 한데 분위기나 환경은 엉망인 곳도 있다.치장만 요란한 곳은 음식 실속이 없기 때문에 마치 포장만 보고 산 물건이 알맹이가 부 실했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허탈감이 든다.
그래서 한 두번 가보고는 다시 찾게 되지 않는다.또 음식만 치중하는 곳은 도떼기 시장 같고 지나치게 沒文化的이어서 먹는데대한 자괴감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두가지 경우는 음식문화와는 동떨어진 곳이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갈스럽고 분위기도 좋고 깨끗하고 값도 싼 편이어서 부담이 없는 곳을 꼽으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뜨락」을 꼽는다.만두국과 만두전골.육개장은 밤새 곤 사골 국물로 해서 그런지 유난히 톡톡하고 감칠 맛이 있다.특히 만두소와 만두 빚는 솜씨는 만든 사람의 정성이 듬뿍 들어 있어서 좋다.순 녹두 빈대떡,두부 부침과 수육,보쌈도 맛과 태가 옛날 서울 음식의 전형이다.소주 안주로도 좋고 토속주를 곁들이면 제격이다.
인테리어가 깨끗하고 주인이 외국에 살때 수집한 이집트.인도 등지의 소품으로 장식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안쪽으로 딸려있는널찍한 마당에는 나무와 화초들을 정성껏 가꾸어 철마다 꽃이 번갈아 피는 것이 고향집 뜨락을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음식 값이 비싼 것도 아니다.값도 부담이 없는데다가기분 전환을 할 수 있을 만큼 분위기도 독특하고 특히 음식이 정갈하고 좋기 때문에 내가 약속을 주도할 때는 그 집으로 정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지만 그 집에 다녀간 사람은 어김 없이단골이 된다.맛.멋.값의 3박자를 갖추었기 때문이리라.
『힘은 들지만 손님들이 만족해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낀다』는 주인 아주머니(李仁淑씨)의 말이 장사꾼 같지 않아 더욱 좋다. 위치:강남구 삼성동공항터미널 건너편 삼익건설 뒤(562)8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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