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창>필라델피아,동성연애자도 인간 큰 호소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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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할리우드는 항상 새로운 소재에 민감하다.그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소재는 그 자체로 장사가 된다는 것을 익히 알고있다.그러나 이 소재가 영화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관객을 너무 의식,본질이 흐려지거나 흥미위주로 재구성되는 경우가 흔하다.
할리우드 메이저영화로는 최초로 에이즈환자를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필라델피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된다.분명 동성연애자를 주인공으로 하지만 그들의 내면적 삶은 전혀 배제된 채 철저히 외부인의 시각에서 호모들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이 영화를 흥미위주의 저급한 상업영화라고 단죄하는 것은 성급하다.이 영화는 분명 동성연애자들에 대한 차별의 본질에 도달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들이 생존을 위해 피나게 노력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들은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관객들에게 실감나게 인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능한 젊은 변호사 앤드루 베켓(톰 행크스)은 어느날 자신이몸담고 있는 법률사무소로부터 업무상의 능력부족을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는다.이것이 자신이 에이즈에 감염됐음을 안 회사간부들의음모라는 것을 안 그는 불법해고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다.
그는 자신의 변호인으로 흑인 변호사 조(덴젤 워싱턴)를 기용하려 하나 호모라면 질색인 그는 이를 거절한다.그러나 조는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앤드루가 에이즈환자라는 이유로 사서들에게따돌림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사건을 맡기로 한 다.앤드루는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그리고 조는 자신속에 있는 편견을 제거하기 위해 힘을 합쳐 싸움을 벌이게 된다.
감독인 조너선 뎀은 처음에는 재판에서 양자의 입장을 모두 감안해야 하는 배심원의 시각으로 내용을 끌어가다가 이를 서서히 피해자인 앤드루의 시각으로 바꾸어나간다.이 시각의 변화에 맞추어 그는 관객들에게 주인공이 호모라는 것외에는 우 리와 전혀 다를바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주연을 맡은 톰 행크스는 지금까지의 다소 가벼웠던 이미지를 훌륭하게 벗어던지면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에 전혀 손색없는열연을 보여준다.
〈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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