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분위기 조성 안된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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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말 전쟁이 없을까요」라는 말을 주고 받는 것이 요즈음 인사처럼 되고 있다. 판문점의 남북한 접촉에서 있었던 북한 대표의 전쟁협박을 들은 다음 가정에서건 밖에서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설마 그렇게야 되겠느냐는 생각이 대부분이지만 의식 한구석에 무언가 불안감을 감추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는 대통령주재로 안보회의를 갖고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대비태세가 완벽하다고 하지만 북쪽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계속 험악하기만 하다. 마치 금방 전쟁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주민을 닦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평양시민들에게 폭탄주머니를 달고 다니게 하는가 하면,대규모 방공훈련과 등화관제훈련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최근 북한의 군사훈련도 2배 강화되고 있다는 정보를 국회에서 밝히고 있다.
북한이 원래 체제를 다지고,국민을 다스리는 수단으로 내부적으로 늘 전쟁이 임박한 것처럼 긴장상태를 조작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도 그러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의 내외정세와 관련해 다른 때처럼 그냥 보아 넘기기가 어렵다.
핵문제와 관련해 유엔에서 제재조치를 내리면 이를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것은 이미 여러차례 입버릇처럼 되풀이해온 말이기는 하지만 유엔안보리의 북한제재 문제가 논의되면서 그들의 국민동원 태세의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마치 세계전체를 상대로 싸우기라도 할듯한 기세다.
아마 눈과 귀를 가리운 북한 주민들은 지금 당장은 그들 위정자들의 말을 듣고 그대로 따를지 모른다. 그러나 북한 당국자들의 이러한 행태가 언제까지고 계속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만 저만한 오산이 아니다. 그들의 전쟁동원 태세가 거듭되고 강화될수록 체제는 더욱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궁한 살림에 온갖 사회적 자원을 가능하지도 않은 전쟁놀이에 쏟아넣는 것은 어리석은 국력소모에 지나지 않는다. 그토록 부지하려는 체제의 수명을 단축시킬 뿐이다.
그렇다고 우리로서도 아주 안심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궁지에 몰리다 보면 북한 당국자들이 어떤 행동으로 나올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들이 돌출행동을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격퇴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래도 그런 사태에 대비해 군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완벽한 체제를 갖추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그런 돌발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막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해 분위기를 더욱 경색시키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 의연하면서도 국민 모두가 정부를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단호하고도 일관성있는 정책,그리고 철통같은 한미연합방위태세 강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북한이 섣부른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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