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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 “북핵 심각성 우려”/외무장관회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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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끝까지 대화로… 제재땐 동참/일/북­미­러­중 4자회담 새 제안/러
【동경·모스크바=이석구·김석환특파원】 모스크바를 방문중인 하타 쓰토무(우전자) 일본 외상은 21일 안드레이 코지레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국제정세와 양국간 현안에 대해 협의한뒤 『러시아와 일본은 북한 핵문제를 매우 우려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회담결과문을 발표했다.
하타 외상은 또 일­러 외무장관회담이 끝난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에 응하지 않은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북한 핵문제 해결에 러시아와 공동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은 유엔을 중시하는 입장으로 유엔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가할 경우 책임있는 대응을 하겠다』며 제재에 동조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하타 외상은 북한에 핵사찰의 완전한 실시를 촉구하면서 『그러나 최후까지 대화에 의한 해결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코지레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과 미국 양자에 러시아·중국을 포함한 4자회담을 열어 해결책은 강구하자』고 새로운 제안을 했다.
한편 일본 NHK방송은 이같은 움직임들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그러나 중국·러시아가 유엔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유엔이 즉각 제재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며 당분간 긴장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예상밖 사태진전 북한도 당황/「또다른 선물」 노리다가 강경대응 초래/“불바다”등은 국면전환용 으름장 분석
북한의 핵사찰 거부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1일 하루 열렸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특별이사회가 북핵문제를 유엔안보리에 회부함에 따라 이제 북한과 IAEA 사이의 대화 또는 협상채널은 사실상 중단됐다. 현재의 분위기로 보아 북한이 IAEA의 결의안을 수용,다시 사찰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당분간 거의 없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로써 그간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동됐던 이른바 「4개 당사자간의 3개 채널」이 모두 끊긴 셈이다.
즉 우리 정부와 북한,그리고 미국과 IAEA의 4개 당사자가 참여했던 남북접촉,북미접촉,그리고 북한­IAEA간 협상이라는 3개의대화채널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노력은 이날을 기해 일단 중단된 것이다. 대신 안보리의 「제재」를 통한 강압적 해결노력이 이제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일련의 전개과정에서 북한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으며,따라서 북한도 이러한 상황전개에 대해 내심 당황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알려진대로 우선 북한은 지난 2월15일 7개 신고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함으로써 핵문제와 관련한 수세국면을 일거에 만회,그간 북한이 눈독들여왔던 「선물」들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으로부터 제네바 3차 북미협상 일정을 얻어냈고 한국으로부터는 팀스피리트훈련의 중단과 남북 실무접촉 재개 등을 얻어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북한으로서는 자연히 다음단계의 선물에 눈독을 들이게 됐고 이에 대한 대가로 문제가 된 방사화학 실험실을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산술적으로 7개의 시설중 6개 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한 만큼 해석상 이론의 여지가 없지도 않은 방사화학실험실 문제는 21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제네바 북미회담에서 미국측의 다음단계 선물을 얻어내는 주요 카드로 사용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지금까지의 전략,즉 시간을 질질 끌다가 막판에 양보해 국면전환을 시도하던 방법이 특히 상황이 호전된 이번에는 당연히 통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러한 판단을 하게된데는 또 하나 최근 중국측의 잇따른 우호적 제스처와 함께 진행된 인권을 둘러싼 미­중국간 갈등도 일조했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결국 「불바다」 으름장이나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20일자 북한 외교부 대변인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위협 등은 궁지에 몰린 북한이 그간 「전가의 보도」로 사용해온 국면전환용 위협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곳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이들은 북한도 이러한 사태진전을 예상못했고 또 이에 당황해 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이번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정면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빈=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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