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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 스님 - 변 실장 신씨 언급 안 했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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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신정아씨 의혹을 처음 제기한 장윤(56.강화 전등사 주지) 스님을 강제 소환하겠다고 밝혔다. 신씨 학력 위조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서부지검은 28일 전등사와 조계종 총무원에 "의혹만 부풀린 상태에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금명간 소환장을 발부하겠다"고 통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가 29일 자진출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변양균 정책실장의 '회유성 외압' 의혹이 알려진 24일 이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잠적했던 장윤 스님이 28일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리인을 내세운 채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8일 조계총 측에 따르면 장윤 스님은 27일 오후 조계종 총무원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종단 대변인인 총무원 기획실장 승원 스님에게 "전등사 주지이자 중앙종단 회원으로서 의혹이 커지는 상황에서 입을 닫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대변인 승원 스님이 28일 조계사에서 장윤 스님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장윤 스님은 일단 변 실장과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등사 등의 여러 가지 현안을 상의했지만 변 실장이나 다른 사람에게서 회유나 협조 부탁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승원 스님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변 실장을 만났을 때 신씨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불교 전반이나 전등사 현안을 놓고 논의했다. 그런 와중에 가볍게 언급됐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사실상 신씨 문제가 거론됐음을 시사했다.

변 실장은 24일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을 통해 "여러 현안에 대해 두루 이야기했지만 신씨와 관련한 얘기는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동국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신씨 학위 위조였다. 동국대와 불교 문제를 논의하면서 신씨 얘기를 빼놨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승원 스님은 이런 가능성을 인정한 셈이다.

장윤 스님과 변 실장이 회동한 이튿날 장윤 스님이 한갑수 당시 광주비엔날레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신씨 '구명(救命)'을 위한 발언을 한 점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갑수 당시 이사장은 27일 "장윤 스님이 먼저 전화를 걸어 '예술감독은 학위가 필요 없지 않으냐'며 신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승원 스님은 '반어법에 따른 오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특히 변 실장을 만난 직후 오해를 살 만한 이야기를 한 이유에 대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기자=변 실장의 청탁 때문에 태도를 바꿨다는 의혹이 있다.

-승원 스님=(신씨 관련) 문제 제기를 했을 때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던 데다 예술감독으로 선임까지 되는 것을 보면서 신씨가 마음에 안 들어 '문제를 삼느냐'는 식의 반어법이었다. 전혀 신씨를 두둔하거나 옹호한 적 없다.

-기자=학위는 없지만 큐레이터로서의 신씨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승원 스님=가짜 학위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대상자의 능력을 높이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권호.한은화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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