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복잡한 건 싫어 … ‘슬로 어답터’ 뜬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갈수록 정보기술(IT) 기능이 복잡해지는 디지털 시대에 단순하고 간편한 대중적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특히 최근엔 조작법을 단순화해 누르고 돌리고 또는 흔들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인기가 높다.

LG경제연구원은 28일 이 같은 흐름을 “새롭고 복잡한 기능에 열광하는 얼리어답터식 소비가 주춤하고 단순하고 대중적 취향을 가진 슬로어답터(slow adopter)식 소비가 부상 중”이라고 분석했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어려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일부 매니어의 호평을 받을지 모르지만 바쁜 일상에 묶여 있는 일반 소비자한테는 외면받기 쉽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는 일부 제품 중에는 조작법이 아주 간단한 것이 적잖다. 샌디스크가 다음달 출시할 MP3 플레이어 ‘산사 셰이커’는 기기를 한쪽으로 살짝 흔들면 곡이 바뀐다. 이 회사 심영철 이사는 “어린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조작이 쉽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심 이사는 “기존 MP3는 사용설명서만 두툼한 책 한 권이다 보니 10~20대는 쉽게 사용했지만 나이가 많거나 기계장치에 어두운 사람들은 사용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KTFT가 선보인 DMB폰 ‘에버 350’도 MP3 기능을 이용할 때 복잡한 키패드 버튼 대신 2~3회 흔들어주면 노래가 나온다. 이 휴대전화는 기계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동작 인식 센서를 내장해 DMB를 시청할 때도 화면이 자동으로 조정된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레인콤이 최근 내놓은 내비게이션 ‘엔비’에는 버튼 대신 동그란 조그 다이얼이 달려 있다. 이 회사 최문규 부사장은 “운전자가 버튼을 여러 번 누르는 것이 어렵다는 데 착안해 조그 다이얼을 돌리기만 하면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손가락으로 누르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제품도 늘고 있다. 올해 초부터 PC나 노트북 등에서 선보인 터치스크린은 이제 포토프린터나 전자사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HP가 지난달 출시한 HP 포토스마트 ‘A626’은 사진의 적목(赤目) 제거나 슬리밍(작게 인쇄) 같은 복잡한 기능을 스크린을 터치하기만 하면 이용할 수 있다. 두산에이프로원의 전자사전 ‘프라임 위스터’도 터치스크린을 통해 복잡한 검색 기능을 단순화했다.

 이 같은 ‘단순화 열풍’은 온라인 서비스에서도 불고 있다. 주기적으로 글을 쓰고 지인들과 소식을 나누던 미니홈피 대신 최근엔 마이크로블로그의 이용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마이크로블로그에선 사진을 올리고 장문의 글을 쓰는 미니홈피와 달리 즉흥적인 한 줄의 문장으로 지인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 모바일게임에서도 복잡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게임의 인기는 식고 있지만 게임빌의 ‘놈3’처럼 그저 달리기만 하는 단순한 게임은 내려받기가 100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손민선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사용이 복잡한 제품은 바쁜 일상 때문에 새로운 것을 접하기 어려운 30~40대의 호응을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중·장년층까지 소비자로 끌어들이려면 쉽고 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정훈·표재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