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전설' 칼 루이스, 남자 100m 경기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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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타이슨 가이(25·미국)는 자기 레이스를 했고, 아사파 파웰(25·자메이카)은 그러지 못했다.

육상 "단거리의 전설" 칼 루이스(미국)가 26일 남자 육상 100m 결승전을 이렇게 요약했다. 미국 TV의 해설위원으로 오사카에 온 루이스는 "파웰이 결승에서 한 것이라곤 앞으로 나간 것뿐이다. 전혀 긴장을 풀지 못했다"고 평했다.

AP통신도 "파웰이 좋은 스타트를 살리지 못하고무기력한 레이스로 경기를 그르쳤다"며 "정신력에서 승패가 결정된 경기" 라고 분석했다. "파웰은 마치 패배를 예감한 듯 겁먹은 표정이었고, 한 번도 진적이 없는 데릭 앳킨스(23·바하마)에게도 추월당했다"고 보도했다. 파웰도 "레이스 직전부터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였다. 가이가 따라붙는 걸 느끼면서 위축이 됐다"고 실토했다. 가이 역시 "오사카로 건너때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 있었으나 코치와 어머니의 격려 전화를 받고 나서 마음의 평정을 되찾았다"고말했다. 코치인 랜스 브로맨은 경기 당일 아침에만11차례 전화를 걸어와 "오늘은 네가 세계 챔피언이 되는 날이다. 누구도 너의 스피드를 따라올 수 없다"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기소된 브로맨은 절도.횡령.사기죄로 9개월째 복역 중이어서 동행하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도 "우리 아들이 세계 최고 선수라는걸 의심한 적이 없다"고 격려했다. 안정을 찾은 가이는 "스타트가 늦었지만 스피드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가이와 파웰은 다음달 벨기에에서 재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파웰의 매니저는 2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9월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골든리그 메모리얼 반 담 대회에서 다시 맞붙자"고 제의했다. 가이도 "모든 레이스에서 뛸 준비가 돼 있다"며 재대결을 피하지 않았다.

오사카=신동재 기자

◆칼 루이스(46.미국)=1984년 LA 올림릭 4관왕(100m.200m.400m계주.멀리뛰기)을 시작으로 88년 서울, 92년 바르셀로나, 96년 애틀랜타까지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해 총 9개의 금메달을 땄다. 91년 도쿄 세계육상선수권 100m에서는 9초86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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