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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2기 내각 출범 … '친구끼리' 이미지 벗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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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7일 신임 외상에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62) 전 외상을 기용하는 등 지난달 참의원 선거 참패 후유증을 수습하기 위한 제2기 내각을 출범했다.

외상이던 아소 다로(生太郞.66)는 자민당 간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은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69) 전 문부과학상이 맡았다. 재무상에는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63) 전 방위청장관, 방위상에는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65) 전 외상을 임명했으며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69) 문부과학상은 유임됐다.

아베 총리는 지나치게 코드가 맞는 인물만 기용해 '친구 내각'이란 여론의 비판을 받은 1기 내각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의원들을 대거 발탁했다. 주요 각료에 마치무라, 고무라, 이부키 등 당내 파벌 총수 세 명을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가 요구했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전 재무상 등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중진들의 입각은 이뤄지지 않았다.

민간(비 의원) 부문에서는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전 이와테(岩手) 현 지사를 총무상으로 발탁했다. 이와테현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대표의 고향이다. 참의원 선거 결과에서 드러났듯 각종 개혁으로 인한 지방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음을 의식해 지자체장 출신자를 지방 행정 총책임자로 임명한 것이다. 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간사장의 동생인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자민당 의원을 법무상에 기용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 견제를 의식한 인선이라는 평가다.

마치무라 신임 외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에서 외상을 역임했으며 당시 교과서 역사기술 문제 등 한.일 관계에 있어서 상당히 우파적 성향을 보였던 인물이다. 요사노 신임 관방장관은 자민당 내의 대표적 정책통으로 지난해 아베 내각 출범 때도 관방장관 유력 후보였으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보류된 바 있다.

신임 각료를 파벌별로 보면 아베 총리의 친정인 마치무라파는 지난번 내각에서 네 명이었으나 한 명으로 줄었다. 반면 제2 파벌인 쓰시마(津島)파는 0명에서 세 명으로 늘었다. 당내 각 계파를 골고루 배려해 당내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이번 개각에서 적재적소에 강력한 인사들을 포진시켰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개각에 대해선 "소수 파벌 배려와 내각의 안정 추구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다 보니 구시대 인물로 채워져 신선감이 확 떨어진다"는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친구 내각'이 가고 '학부형 내각'이 됐다"고 혹평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번 인사로 총리가 내세우는 '인심일신(人心一新:사람과 마음 모두 새롭게 바꾼다)'을 내보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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