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史 관심적어 역시 신세대-10년째 한일학생교류 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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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일본의 대학생들이 두 나라의 오늘과 내일을 공유하기 위해 서로 만나 토론을 벌이고 있다.
주말인 12일 오후 서울동작구사당동의 한 유치원.한국 대학생19명,일본 대학생 11명이 이날 주제인「性문제와 여성의 지위에 대한 신세대의 견해」를 놓고 열띤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한국에선 아직도 여성 흡연에 대해 눈길이 곱지 않습니다.일본은 어떻습니까.』(金延修.19.成均館大2) 『일본 남성들은 여성이 담배를 피고 있으면 유행을 잘 좇는 사람으로 보지요.』(신토 사토루.20.와세다大2) 『남성 흡연자에 대해선 아무런말이 없으면서 유독 여성에 대해서만 유행 운운하는 것은 또다른편견이 아닐까요.』(成水善.21.西江大3) 주된 화제는 여성 흡연.결혼과 가사 분담등 요즈음 세대의 관심사에 집중됐다.이튿날 계속된 토론도「가장 선호하는 서클활동」「용돈벌기와 쓰기」등이 주제로 韓日 토론회의 단골주제인 양국간 과거문제는 언급조차안돼 달라진 세태를 실감케 했다.
이들 학생들은 84년 韓日여성친선협회(회장 朴貞子) 주선으로결성된 학생서클「韓日학생교류」회원들.韓日간 현안을 주제로 매년봄.여름 번갈아가며 상대국을 방문해 토론을 벌이기 10년째.
올해엔「21세기를 준비하는 젊은이」란 주제로 도쿄大.게이오大.와세다大등 일본 대학생 11명이 지난 10일 도착,한국 친구들 집에서 민박하며 3개조로 나뉘어 토론을 벌였다.
자신들의 생활과 밀착된 주제를 놓고 벌이는 토론이라 의견 교환이 비교적 매끄러웠고논쟁보다 상호 이해를 앞세우는 자세가 역력했다.한 일본여학생은 모임을 계속하면서 여성문제에 대한 생각을 넓히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마다 요코양(20.오차노미즈女大2)은 『취업난.가사전담등 일본보다 열악한 한국 여성의 지위를 목격하고 「한국 여성은 기가 세다」란 말은 일본 남성들이 지어낸 허구란 것을 알게됐다』며 양국 여성은 국경을 넘어 지위 향상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이 끝난 13일 오후엔 각각 한국.일본 요리를 손수만들어 소개하는 행사를 가졌다.일본 학생들이 선보인 요리는 요즈음 일본 젊은이들에게 인기인「다코야키」(문어데침).이어 한국학생들이 떡볶이.김치볶음밥을 내놓자 일본 학생들은 「맛있다」를연발하며 조리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일본학생들이 「북한의 핵개발은 일본에 돈을 요구하려는 협박무기」라는등 편협한 한국관을 드러낼 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한국대표 鄭英淑양(22.梨花女大4)은 『그러나 토론을 계속하면서 서로를 바로 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고 했다.
일본대표 후카자와 도시후미군(22.도쿄大4)도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눈 것을 의미있게 받아들이며『일본은 다른 나라보다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가장 역점을 둬야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일본 학생들은 판문점 방문등 남은 일정을 마치고 18일 귀국한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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