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학생에도 수금” 눈물의고백/교사27명 또 양심선언에 합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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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학교서 실명제 의식해 현찰받도록 지시/중앙일보 보도후 서류 감추고 협박까지
「신흥명문」이라는 허명속에 저질러지고 있는 「사학왕국」의 비리가 속속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상문고 교사들은 추가 양심선언을 통해 교육자로서의 양심을 저버리도록 강요한 학교측의 횡포에 분노를 터뜨렸다.
교사들은 그동안 타의에 의해서나마 교육자적 양심을 저버린데 대해 심한 자괴감을 표시하면서도 이 기회에 올바른 교육환경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차 양심선언에 참여한 신동술교사(41·영어)는 학교측의 강요에 못이겨 가난한 학생의 부모에게도 찬조금을 거둔 사실을 밝히면서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물을 흘려 기자회견장을 잠시 숙연케 했다.
신 교사는 『지난해 학생장을 해 졸업식때 공로상을 받게 된 신모군의 경우 아버지가 버스운전사를 하는 넉넉하지 못한 집안이어서 학교측에 「신군은 모금을 면제시켜주자」고 건의했으나 거절당해 어쩔 수 없이 신군의 어머니에게 1백만원을 요구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신 교사는 『가난한 집 학생들은 학교측에서 아무리 모범생이라도 반장을 시켜주지 않는 바람에 1,2학년때 반장을 못한 신군을 투표를 통해 반장으로 뽑았는데 결국 신군에게 선생님으로서 몹쓸 짓을 하고 말았다』며 눈물.
신 교사는 또 『학교측이 금융실명제를 의식,학부모들로부터 꼭 현금으로 받도록 지시했다』며 『이 때문에 신군의 부모로부터 받은 1백만원짜리 수표를 개인통장에 입금시킨 뒤 현찰로 찾아 학교측에 전달했다』고 털어놓았다.
○…교사들은 학교측이 중앙일보에 의해 비리가 폭로된 다음날인 15일 모금을 담당한 교사들을 불러 『모금사실을 없었던 일로 해달라』고 회유했다고 폭로.
이찬수교사 등 지난해 졸업식때 수상자로부터 찬조금을 거두었던 교사들에 따르면 『15일 아침 3학년 주임 조모교사가 접근해 「학부모에게 전화해 학교측에 돈을 준 사실을 부인해 달라고 부탁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교사들은 상춘식교장의 독선적이고 전제군주같은 횡포에 의해 교육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마저 모욕당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상희교사(53·사회)는 『지난해 11월 찬조금 문제로 교장과 심하게 싸운뒤 밤늦게 귀가하다 테러 의혹이 가는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며 『더욱이 문병온 동료교사에게 상 교장이 반성문을 제출케 하는 등 상 교장의 전횡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폭로 교사들은 『그동안 학교측에 대한 불만과 교육자로서의 자책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지 못했으나 중앙일보의 보도로 큰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의 싸움에 자신감을 표출.
교사들은 『상 교장이 일부 측근 교사를 통해 양심선언 교사들을 협박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교사들이 그동안의 비인간적·비교육적 처사에 공분을 느끼고 있는만큼 앞으로 동참교사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파견된 감사관들은 그간의 감사가 눈가림식에 불과했다는 언론의 비난을 의식한듯,기자들에게 『이번만큼은 최선을 다해 반드시 비리를 밝혀낼테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하기도. 박생욱 감사담당관은 『교사들이 증거를 제시하며 양심선언까지 했는데도 비리를 밝혀내지 못하면 우리가 옷을 벗어야 할판』이라며 『이번만큼은 온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고 감사담당관이 직접 현장에 나왔을 정도니 한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첫 보도가 나간 직후인 14일 밤 학교측이 비리와 관련된 자료를 없애기 위해 중요 서류를 빼돌렸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교사들은 『오후 8시30분쯤 서무실 여직원 2명이 학교직원의 차량에서 노란 여행용 가방을 꺼내 1학년 주임인 임모교사의 쏘나타승용차 트렁크에 옮겨싣고 황급히 학교를 빠져 나가는 것을 봤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이것이 당일 소각된 시험지와 함께 학교측의 고의적인 증거인멸 작업이라고 주장,더욱 의혹이 일고 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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