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경호실장의 수행원 格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통령의 외국 방문때는 언제나 적잖은 규모의 공식.비공식 수행원이 따라간다.
과거 의전을 유난히 따지던 시절에는 공식.비공식 수행원을 합해 1백명을 넘기도 했으나 새 정부는 형식보다 실리를 중시한다는 방침에 따라 수행원 수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비용절감이나 업무 효율면에서 아주 바람직스런 일이다.대통령의 이달말 日.中방문에도 이 원칙은 적용된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대통령의 해외나들이때 경호실장을 반드시 공식수행원 명단에 포함시킬 것인지도 한번쯤 생각해볼 때다.6共때까지는 경호실장이 공식수행원에 포함되어 정상회담장에도 자리를차지했다.정부 직제상 경호실장의 지위가 대통령의 신체적 안위를책임지는 자리라는 점에서 참석을 이해해줄수 있는 측면이 있다.
과거 군사정권시절 경호실장은「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자리여서 정상회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을 지극히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경호실장의 공식수행원 포함은 몇가지점에서 문제가 있다. 우선 경호실장이 참석함으로써 정상회담의 업무 성격상 반드시참석해야 할 외무부의 담당 지역국장이나 과장등 실무자들이 뒷전으로 밀리는 사례가 있을수 있어 어느쪽이 실무외교에 득이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국가에 따라서는 권총을 휴대한 경호실장의 정상회담배석을 결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이때문에 특히 선진국에서는 경호실장을공식수행원에 포함시키는 예가 거의 없다.
그 자리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방문의 성격에 맞게 공식수행원을 실무중심으로 짜는 선진국들은 경호실장이 정상회담장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경호를 걱정하지 않게끔 충분한 사전대비를 한다.경호실장대신 실무 인사들을 공식수행원에 넣느냐 마느냐가 하찮은 문제인 것 같으면서도 우리외교의 성숙도를 말해주는 잣대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호실장은 물론 대통령 주치의까지 공식 수행원 명단에 포함시켜 오다 지난해 美國방문때 주치의를 공식수행원에서 제외시켰다.일 중심으로 수행원을 짜는 것은 정부가 주창하는 과시가 아닌 내실위주의 외교 방향과도 합치되 는 것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