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100m 결승에서 타이슨 가이(오른쪽에서 둘째)가 9초85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세계기록(9초77) 보유자 아사파 파웰(右)은 데릭 앳킨스(左)에게도 뒤져 3위에 그쳤다. [오사카 AP=연합뉴스]
스탠드를 가득 메운 5만 여명의 관중은 2007 세계육상경기선수권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남자 100m 결승을 보기 위해 숨을 죽였다. 마치 자신들이 출발선에 선 것처럼.
장내 아나운서가 8명의 결승 진출자를 한 명씩 소개하자 조용하던 관중석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선수들도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그러나 단 두 명, 4번 레인의 아사파 파웰(25.자메이카)과 5번 레인의 타이슨 가이(25.미국)는 답례를 보내기는커녕 고개 조차 들지 않았다. 지독한 라이벌인 두 선수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손을 흔들 여유조차 빼앗아갔다.
가이는 "스타트가 나빴지만 긴장하지 않았다. 나의 스피드만 살린다면 막판에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60m를 넘어가면서 승리를 확신했다"고 말했다. 2005년 9초77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뒤 지난해에도 두 차례나 타이기록을 수립했던 파웰은 9초96으로 앳킨스(9초91)에게도 뒤진 3위였다. 파웰은 "스타트 블록에서 삐끗했다. 가이가 추격하는 걸 의식하면서 위기를 느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지난해까지 만년 2위였던 가이는 그동안 파웰과 맞대결에서 당했던 5전 전패를 가장 큰 무대에서 설욕하며 최고의 스프린터로 떠올랐다. 200m에서 올 시즌 최고기록이자 역대 둘째로 빠른 19초62를 기록한 가이는 30일 결승에서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한편 '철녀'를 뽑는 여자 7종 경기에서는 스웨덴의 카롤리나 클루프트가 7032점으로 류드밀라 블론스카(우크라이나.6832점)를 여유 있게 제치고 대회 3회 연속 우승을 이룩했다.
남자 20㎞ 경보에서는 에콰도르의 헤페르손 페레스(33)가 1시간22분20초로 우승, 역시 3회 연속 세계 정상에 올랐고 한국의 박칠성(25)과 김현섭(22.이상 삼성전자)은 각각 1시간26분8초, 1시간26분51초로 15, 20위로 들어왔다.
전날 남자 세단뛰기 예선에서 '한국 육상 도약의 희망' 김덕현(22.조선대)은 16m78㎝를 뛰어 8위를 차지, 12명이 겨루는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은 27일 오후 8시30분에 열린다.
오사카=신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