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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보다 잿밥” 빗나간 상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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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업성격… 공무원도 버젓이 가입/부처선 “퇴직후” 감안해 각종 특혜
정부가 마침내 정부 각 기관 퇴직공무원의 상조회에도 「개혁의 칼날」을 들이댔다. 관변단체 예산지원 중단선언에 이은 제2탄인 셈이다.
관변단체 지원중단이 「깨끗한 선거를 하겠다」는 변화된 정치환경을 대변한 것이라면 상조회 특혜금지는 수의계약·독점생산·납품 등으로 왜곡된 경제논리를 바로잡자는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상조회 특혜시비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었다. 영세업자들이 할 일을 부처가 이들 상조회에 거의 수의 및 독점게약으로 맡김으로써 이들로부터 항의가 그치지 않았으며 국회에서도 끊임없는 시비의 대상이었다.
○수십년씩 대물림
대부분의 상조회가 설립목적을 벗어난채 주무감독기관과 관련된 수익사업을 벌임으로써 비리와 부정의 온상이 돼왔으나 경쟁업체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터진 기흥골프장 비리사건은 경찰상조회격인 경우회와 감독기관이 결탁한 부정비리의 대표적 예이며 시우회(서울시)의 잇따른 수의계약 특혜시비도 감독기관이 상조회와 야합한 좋은 사례다.
특히 일부 경제부처의 상조히는 퇴직공무원들의 수십년씩 대물림해가며 독과점사업으로 배를 불려 『현역보다 퇴직후가 낫다』는 비아냥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퇴직후를 대비해서라도 상조회에 온갖 이권·특혜 등을 갖다 바치고 있다는 비난이 드세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이들의 수익사업을 중지시키거나 허용하더라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입찰,사업권을 따냄으로써 특혜의 시비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상조회중 가장 폐해가 큰 단체가 국세청의 세우회(일종의 공제조합)와 관우회(관세청)·조우회(조달청).
세우회는 1만4천여명의 현역 공무원을 회원으로 2백30억원의 자본금에 4개의 자회사를 경영하는 법인성격의 공제조합. 국세청에 근무하는 현직 공무원들이 매월 급여의 4.75%를 회비로 내고 있으며 소주원료인 주정을 과점 생산하는 대한주정·서안주정과 역시 병마개를 과점생산하는 삼화왕관 및 세왕금속 등 4개의 자회사까지 거느린 일종의 모기업 성격까지 띠고 있다.
따라서 국세청 공무원들은 퇴직시 정부가 연금법에 의해 지급하는 퇴직금과 세우회 퇴직금 등을 이중으로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부처 공무원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으며 『상조회 수익이 정부수입보다는 우선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회원도 천명 넘어
그러나 총무처는 세우회가 민법에 근거한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공무원연금법의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현직 공무원들이 참여한다해도 단속근거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관우회·조우회 등은 공무원연금법에 의해 설립된 단체로서 현직 공무원들이 참여할 수 없는 상조회인데도 총무처의 지침을 무시한채 현직 공무원들이 사실상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말썽을 빚고 있다.
이들 두개 상조회는 지난 91년 총무처가 현직 공무원들을 배제하도록 지침을 내리자 눈가림식으로 이들을 준회원으로 가입시킨채 그동안 이들이 적립한 돈은 그대로 자본금으로 놔두고 있어 사실상 정회원 활동을 하고 있다는게 총무처 시각이다.
관우회는 4백4억여원의 자본금에 1천1백95명의 회원을 거느린 공룡조직으로 이사화물의 보세운송과 세관내 구내창고 운영,회관사무실 임대영업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조우회는 22억8천7백만원의 자본금에 1천4백86명의 회원을 두고 보세냉장창고 운영,비축물자관리사업 등의 독점사업을 하고 있다.
○총무처마저 지원
상조회는 공무원연금법에 설립근거(세우회등 일부는 민법)를 두고 있어 총무처장관이 퇴직공무원들의 후생복지를 지원토록 한 의무조항이 특혜시비의 출발이다.
이에 따라 정부 각 부처는 예외없이 상조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해당부처로부터 온갖 특혜를 누리고 있다.
총무처마저 산하단체인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통해 상조회에 1억원 한도내에서 운영자금을 대출해주고 있으며 산하 수안보·서울·부산·제주 상록호텔에서는 연간 수백명의 퇴직공무원들에게 무료숙박을 제공하고 있다.
또 시우회는 뚝섬체육공원과 골프장 관리 및 구민회관 관리,서울시내 도로굴착·복구공사의 감독대행권을 과점 또는 독점하고 있다.
42개 상조회중 절반정도가 해당부처의 인쇄업무를 독점하거나 자판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10여곳이 보험사 대리점 업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시를 포함해 거의 모든 시·도는 인쇄업무를 상조회가 운영하는 발간실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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