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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지점장들 "임원도 싫다"

중앙일보

입력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소형주 분석을 담당하는 스몰캡 애널리스트를 거의 1억원을 주고 경쟁사에서 스카우트했다. 예전에는 스몰캡 애널리스트들이 1억원을 받기는 어려웠는데 증권사들이 한꺼번에 사업을 확장하면서 인력을 구하자 몸값이 순식간에 올랐다.

그러나 돈만으로 필요한 인물을 영입하는 데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펀드의 시대를 맞아 영업력을 가진 인물이 영입 '1순위'지만 주식시장이 좋고,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비즈니스가 많아져 돈을 줘도 싫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증권사, 생명보험사, 은행 프라이빗뱅커 등 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 가운데는 2008년 이후 펀드 판매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내로라하는 중역 자리를 마다하고 고객자산 확보에 열중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증권사는 증권사대로 영입 대상인력이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스카우트하기도 부담돼 아예 증권바닥이 아닌 곳에서 인물을 찾아나서기도 한다.

◇"이름만 좋은 증권사 임원 하느니…"=최근 기존 3대 투신사 중 한 회사의 모 지점장은 중소 증권사에서 임원으로 오라는 제의를 받자 연봉 10억원에 3년 임기를 보장하면 가겠다는 식으로 정중히 거절했다. 이 지점장의 복안은 현재 700억원 정도 확보한 고객자산을 6개월~1년 동안 1000억원으로 늘린 뒤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될 때 자본금 30억원짜리 펀드 판매사를 설립,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는 것이다.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증권사 임원보다 CEO 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중소 증권사 모 지점장도 최근 본부로 들어와 임원을 하라는 제의를 받았지만 고 심각히 고민 중이다. 임원이 돼서 경영자의 길을 가느냐 아니면 지점장으로 남아 돈을 버느냐인데 결국 임원보다 지점장으로 남아 시장이 좋을 때 돈버는 길을 택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기업체 인력 속속 증권사로=대신증권은 올해 대기업 출신 연구원 및 기업설명회(IR) 담당자 등 3명을 애널리스트로 신규채용했다. 이중 이동훈 애널리스트는 석사 졸업 후 LG필립스LCD에서 연구원으로 7년 이상 근무하다가 지난 6월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로 변신했다. 또 반종욱 애널리스트는 삼성전기에서 IR를 담당하다 전기전자업종 담당 애널리스트가 된 경우고, 정보라 제약 담당 애널리스트는 태평양제약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외 한화증권에서 통신장비와 교육·제지분야를 담당하는 이남령 애널리스트는 팬택 IR 담당자 출신이고 우리투자증권 최태희 연구원은 삼성전자 출신, 하나대투증권 이가근 연구원은 하이닉스 출신이다.

 이들 증권사는 아예 다른 업종으로 파고들어 기존 애널리스트보다 스카우트비용을 덜 치르고, 필요한 인력을 찾아낸 경우다.

연관된 다른 업종의 전문성이 있는 인력이 의외로 애널리스트 등으로 전직하려는 수요가 있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경력직을 채용할 수 있다는 게 증권사 인사 담당자의 판단이다. 한국투자증권 해외부동산사업부 이호풍 부장도 건설사 우림건설에서 해외부동산사업을 하다 영입됐다.

 이동훈 애널리스트는 "한 기업의 연구원이 아닌,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로서 산업을 넓게 보고 싶었다"며 "마침 대신증권에서도 IT기술 및 산업에 대한 이해를 잘하고 있고, 변화를 직감해 트렌드를 빨리 판단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고 밝혔다.

◇"인물인가(?) 좀더 자세히 보자"=신입사원 공채시장에서도 '대충'이 사라졌다. 현대증권은 공채 사상 처음으로 하반기 채용자를 대상으로 2박3일 '합숙면접'을 실시한다. 그동안은 1차 서류, 2차 면접으로만 채용을 했는데 '인력대전'으로 언제든지 떠나갈 유혹이 커진 마당에 합숙을 통해 신입사원의 면모를 찬찬히 뜯어보고 현대증권의 DNA를 깊이 심겠다는 복안이다.

합숙면접을 통해 애사심을 강조해 합격자들이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들어있다. 상반기에는 공채를 하면서 김지완 사장이 지난해 말 직접 미국으로 가 유명 MBA스쿨을 돌아다니며 15명을 선발했는데 현대적 '의리'를 강조한 탓에 MBA로 들어온 사원 중 나간 경우는 없다는 후문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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