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左)가 24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후보 회의실에 이재오 최고위원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이 후보는 당사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당 대통령 후보 결정 이후 첫 당무보고를 받았다. [사진=오종택 기자]
이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한양빌딩 내 당사로 출근했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황우여 사무총장 등 당직자들과 6층에 마련된 후보실로 올라간 그는 곧바로 당무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경선 캠프에서 좌장 역할을 했던 이재오 최고위원과 비서실장이었던 주호영 의원만 배석했다.
이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 "오늘은 발언은 하지 않고 주로 듣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의 'CEO 본능'이 즉각 발동됐다. 그는 중간중간 짧고 명료하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지시를 내렸다.
▶황 총장="현재 우리 당원은 133만여 명이고 이 중 책임당원만도 11만 명이다."
▶이 후보="당의 좋은 자산이다. 배가운동을 통해 더 늘리는 게 좋겠다."
▶김학송 홍보기획본부장="앞으로도 당 이미지 쇄신에 힘쓰겠다."
▶이 후보="CI(기업 이미지) 전문가에게 의뢰해 진행하라. '한나라당 이미지는 무조건 보수.꼴통일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바꿔야 한다."
당초 당무보고는 두 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후보가 이처럼 꼼꼼하게 따지는 바람에 오후까지 이어졌다.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다섯 시간 만에야 끝났다.
이 후보는 점심시간엔 경선 관련 6개 위원회의 위원들과 만났다. 경선관리위.경선준비위.국민검증위.윤리위.네거티브감시위.여론조사전문가위 소속 위원 50여 명과 식사를 같이했다. 대부분이 당 밖에서 참여한 인사들이다.
이 자리에서도 이 후보는 "물건을 팔아도 AS(애프터서비스)라는 게 있다"며 "여러분도 대선일인 12월 19일까지 (나에 대해) AS를 해줘야 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당무보고에서 보고자로 참석했던 임태희 여의도연구소장은 "역시 이 후보는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을 중시하는 확실한 'CEO형 정치가' "라고 평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당무보고를 마친 뒤 "선거대책위는 9월 말께 발족하되 선거준비단은 최대한 빨리 꾸려 일찌감치 일을 시작하자는 게 이 후보의 뜻"이라고 전했다. 나 대변인은 또 "앞으로 이 후보는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강재섭 대표와 함께 당무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대표가 한국 정치 업그레이드"=이 후보는 이날 저녁 한나라당 보좌진협의회가 개최한 '2007국정감사 및 대선 압승을 위한 워크숍'에 참석해 축사에서 "이번 경선은 한국 정치사에 보기 드물게 마무리됐다. 박 전 대표가 패자이면서도 승자의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정치를 업그레이드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나는 그 점을 대단히 고맙게 생각하고 그 뜻을 살리기 위해 대선에서 이겨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남궁욱 기자<periodista@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