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가는 「특사교환 전제조건」/혼선 맞는 남­북한­미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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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합의내용 각기 따로 발표 해석차/한·미는 북의 「이간전략」에 촉각
남북 특사교환을 둘러싼 남한·북한·미국의 움직임이 복잡해지고 있다.
특사교환이 3단계 북­미 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다른 해석들이 오가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북한과 미국이 지난달 25일 합의한 동시조치 시행 4개항 가운데 「특사교환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 재개」다.
북미는 이 합의에서 ▲국제핵사찰 개시 ▲팀스피리트훈련 중단발표 ▲북­미 3단계 회담 21일 개최 등과 함께 남북대화 부분을 이같이 표현했다.
합의가 이루어진 직후 한미정부 관리들은 이를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리기전 남북간에 특사교환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며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에서 이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입장은 그동안 한미 두나라의 고위관리들에 의해 남북대화의 여러 고비마다 되풀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의 이같은 주장에 북­미 회담 수석대표인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전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후 북한 외교부 대변인·언론들은 이를 강조하며 한미가 남북 특사교환을 북­미 회담의 전제조건임을 주장하는 것은 북미 합의사항을 왜곡해 북­미 회담에 장애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7일자 노동신문 논평과 10일의 중앙방송 논평을 통해 같은 내용을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이영덕 부총리겸 통일원장관 등은 최근 『미정부가 특사교환을 21일 열리게 될 북­미 고위급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견지하고 있다』고 재확인하고 특사교환이 안되면 북­미 회담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회창총리도 10일 『특사교환이 안되면 미­북한간 3단계 고위급회담이 연기되고 팀스피리트훈련이 재개된다』고 말하고 『모양갖추기를 위한 회담은 필요없다』고 강력한 경고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
이같은 혼선은 북미 합의내용이 서로 독자적으로 발표되어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은 2월28일 북­미 실무접촉의 합의내용을 발표하며 「북남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이 판문점에서 재개된다」고 발표했고 전제조건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3일 『남북한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이 판문점에서 재개된다』고 발표하며 『팀스피리트훈련과 북­미 3단계 회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행은 IAEA의 사찰이 완전 이행되고 남북 특사교환을 통해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계속한다는 전제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충설명했다.
공식발표문상으로는 특사교환이 전제조건인지 분명치 않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반대로 합의문에 명기하지 않았을뿐 분명한 북미간 합의』라고 말했고 미 국무부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에 전제조건임을 분명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미의 「전제조건 확인」에도 북한이 이를 부인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핵문제가 미국과 해결할 문제고 남한과는 통일문제만 다룬다는 입장 때문이다.
또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 이전 특사교환」이라는 전제에 대해 남한과 미국이 어느 정도 일치된 입장을 취할지 시험하고 한미간에 틈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합의를 실천하지 않으려는 전략일 수 있다.
북한이 「이간전략」을 취할 수 있는 것은 핵문제에 대한 한미간의 입장차이 때문이다.
IAEA의 사찰을 받고 있는 시점에서 「남북대화가 사찰에 장애가 될 경우」에도 미국이 남북대화를 금과옥조처럼 여길지에 대한 의심이 북미 합의과정에서 노출됐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에서 특사교환을 전제조건으로 문서화할 것을 요구한 한국의 요구를 북한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포기했고 핵해결에 장애로 판단되면 남북대화의 비중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이 드러났다.
그러나 특사교환 없이 3단계 북­미 고위급회담은 있을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정부가 특사교환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북미에 앞서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기본입장과 한국의 머리 너머로 북미가 뭔가를 거래할 가능성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12일 남북 실무접촉을 하루 앞두고 갈루치 미 국무부 차관보 방한으로 특사교환의 북­미 회담 전개조건여부가 어떻게 정리될지 관심이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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